[시시비비] 캄보디아 사태는 국정역량 시험대
캄보디아에서 스캠(SCAM)은 20만명이 종사하는 하나의 산업이다. 온라인 사기에 참여하는 이의 국적도 다양하다. 한국인은 1000명 남짓으로 알려졌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인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월 소득 900만원, 숙식 보장, 고소득 해외 알바, 왕복 항공료 제공….' 솔깃한 제안은 국내 구인·구직 게시판을 타고 우리 젊은 세대를 유혹한다. 동남아시아에서도 낙후한 국가인 캄보디아 저임금 실태를 고려할 때 외국인에게 그런 일자리를 안겨주겠는가. 하지만 국내에서 취업의 어려움과 생활고를 경험한 이들은 캄보디아 드림을 상상하며 비행기에 오른다.
낯선 곳에서의 현실은 지옥이다. 거대 범죄 산업에 하나의 부품으로 추가될 뿐이다. 휴대전화와 여권을 빼앗긴 채 감금된 상태로 사육되는 신세다. 심신을 파괴하는 노동의 이어짐, 구타와 협박은 일상이다. 범죄 조직과 결탁 우려가 있는 현지 경찰의 구원을 기다리기도 어렵다. 의지할 곳 없는 외국에서 기약 없는 범죄 노동에 임해야 하는 처지.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은 애가 탄다. 캄보디아 감금 정황과 관련한 국내 신고는 올해에만 300명이 넘는다. 오랜 내전을 겪은 캄보디아는 정국 혼란과 치안의 불안정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나라다. 이를 파고든 것은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등의 국제 범죄 조직이다. 캄보디아가 온라인 사기 산업의 허브로 떠오른 이유다.
캄보디아 문제는 복합 방정식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혼재한다. 납치 상태로 범죄를 강요받는 이가 있고, 손쉽게 돈을 벌고자 범죄에 협력하는 이도 있다. 현지에서 국내 송환을 꺼리는 이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상황이 복잡하다고 캄보디아 사태에 손을 놓을 수는 없다. 민간 철창에 갇힌 채 구조를 기다리는 우리 국민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애타게 바라는 가족들도 있다. 캄보디아 사태 해결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역량 시험대라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다른 무엇보다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사건 연루자들을 국내로 신속하게 송환해야 한다"고 당부한 뒤 정부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됐던 한국인 64명이 전세기를 타고 지난 18일 송환됐다. 현지에서 보이스 피싱과 로맨스 스캠 연루 혐의를 받았던 이들이다. 다만 납치 또는 강요 때문에 범죄에 동참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처분은 간단치 않다.
캄보디아 사태를 둘러싼 혐오의 전염은 또 다른 문제다. 캄보디아 자체를 범죄 국가로 여기면서 그들을 적대시한다. 참으로 경솔한 태도다. 여전히 남은 납치 피해자를 구출하려면 캄보디아 당국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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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천착해야 할 지점은 문제의 본질이다. 젊은이들이 해외 고액 일자리 유혹에 빠져 그곳을 향하게 된 이유. 불안한 미래와 고단한 현실이 계속되면 사회에 그늘로 다가온다. 옳고 그름의 경계도, 범죄 행위에 관한 인식도 희미해진다. 캄보디아 사태는 오염된 사회 현실을 드러낸 하나의 단면이다. 남을 속이며 이익을 얻으려는 이들에 관한 단죄는 물론이고, 미래 세대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노력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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