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 논의 착수…"통신사도 포함해야"
배상한도 1500만원부터
요건·절차 등 협의 중
은행권 "배상책임 주체에 통신사 포함 필요"
싱가포르 모델 대표적
정부가 금융사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액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도록 하는 법을 준비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은행들은 배상책임 주체에 이동통신사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제도와 관련해 배상한도와 방법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범정부 보이스피싱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열고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중 금융권과 관련된 대책은 크게 세 가지로, 금융사 무과실책임 법제화 및 대응역량 강화, 보이스피싱 통합 대응 인공지능(AI) 플랫폼 구축, 가상자산 악용 보이스피싱 방지다.
가장 주목을 받은 방안이 무과실 배상책임 법제화다. 금융사 등 보이스피싱 예방에 책임이 있는 주체가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함으로써 실질적인 피해구제 및 보이스피싱 선제적 대응을 위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 등 유인을 제공해 피해예방 효과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전담부서 설치와 전문인력 배치 등을 의무화하고 금융감독원에서 보이스피싱 대응 역량을 평가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는 과기부, 법무부, 금융위, 검찰청, 경찰청, 금감원, 개인정보위 등 관계부처에서 배석했다. 2025.8.28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김태훈 금융위원회 금융안전과장은 지난 16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 주최로 열린 '보이스피싱 수사 및 피해구제 제도개선 정책토론회'에서 향후 계획에 대해 "과실 책임주의의 예외에 해당하고 제2금융권 도입 여건 등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충분한 업권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며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를 위한 실효성 있는 구제와 금융사의 수용 가능성 등을 감안해 배상 요건·한도·절차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지난 4일 은행 23개 팀장급 실무자가 은행연합회에서 모여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제와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현황이나 금융당국의 초안을 공유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지는 않았다. 금융당국은 우선 무과실 배상책임액 한도를 1500만원으로 제시하고 은행권에 의견을 구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액이나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있는지 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나온 것 같다"면서도 "액수가 나오게 된 정확한 배경은 모른다"고 밝혔다.
일부 은행들은 이미 무료 보이스피싱 보상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 시 각각 1000만원, 300만~2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 제도에 따라 자율배상도 실시하고 있다.
은행권은 보이스피싱 예방에 책임이 있는 주체에 은행 외 이동통신사도 있기 때문에 이들이 무과실 배상책임 주체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피해방지 책임주체로 금융사 외 통신사를 추가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번 보이스피싱 근절 대책 발표에서는 통신사에 대리점이나 판매점의 불법 개통에 대한 일차적 관리 책임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은행권에선 싱가포르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해부터 피싱 사기 거래에 대해 금융기관, 통신사 및 소비자가 공동으로 피해액에 대한 보상 등의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 배상 방식은 은행, 통신사, 소비자의 차례대로 상위 순위 기관이 주요 책임을 위반했다면 해당 기관이 전적으로 배상하는 '폭포수 접근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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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법적인 이체 과정이나 거래 패턴 탐지는 은행의 책임이 맞으나, 휴대폰을 통해 이뤄지는 불법 애플리케이션(앱) 작동이나 정보 취득 행위는 통신사가 막아줘야 하는 만큼 통신사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주장에 원칙적인 동의를 표하며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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