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구조조정, 주가 영향 제한적"
'韓중간재→中완제품→美소비' 고리 끊어져
中·동남아 자급률 향상돼 수출 어려워
산유국 설비경쟁력↑·전기차 확산도 위험요인
정부가 석유화학산업 구조 개편의 첫발을 내디뎠다. 주식 시장에서는 경쟁력 강화 기대감에 긍정적 반응이 나왔지만, 중장기적인 미래는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증권은 '구조조정의 첫발. 다만, Risk는 전동화와 탈세계화' 보고서를 통해 "기대가 너무 앞설 필요가 없다"며 정유·석유화학 업종 중립(Neutral) 의견을 제시했다.
화려했던 과거는 뒤로 하고
과거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세계화로 인해 '한국 중간재→중국 완제품→최종 소비 미국'이라는 구조에서 크게 성장했다. 주식시장에서도 2010년대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장세를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중국이 내수 중심 경제체제로 전환하고 있고, 미국도 주요 생산설비의 자국 이전을 종용하면서 과거와 같은 무역 구조는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국내 수요도 줄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의 국내 수요는 이미 2021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424만 톤으로 전년 대비 3.4% 더 줄었다. 지난해 합성수지 수요도 549만 톤으로 전년 대비 7.4% 감소했다. 일본이 인구 1억2000만명에 연간 에틸렌 수요가 500만 톤인 반면, 한국은 5000만명에 연간 에틸렌 수요가 424만 톤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일 산업경쟁력강화 회의를 열어 ▲과잉 설비 감축 및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 등 '구조 개편 3대 방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에틸렌 생산능력을 향후 270~370만 톤 감축하게 된다. 또한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의 전환을 비롯한 경쟁력 강화 방안과 재무구조 개선을 포함한 사업재편계획을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내수보다 어두운 수출 전망
국내 인구가 줄어드는 점을 고려하면 내수용 에틸렌 수요는 장기적으로 계속 감소할 것이다. 국내 생산설비 구조조정으로 생산량을 줄인다 해도,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수출 의존도는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상황도 만만치 않다. 중국과 동남아 등의 자급률이 상승했고, 산유국의 정유·석유화학 통합설비의 원가 경쟁력은 따라가기 힘들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정부의 구조개편 방안이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의 첫 삽을 떴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단기간에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나 수익성이 가시적으로 높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설비 폐쇄 또는 통합 과정에서 자산 가치 현실화로 인한 회계상 이슈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할 요소이며, 이번 생산능력(Capa) 감축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감축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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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 세계 석유 수요의 약 50%가 자동차 등 이동 수요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전기차 확산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줄어드는 석유수요에 대한 대안으로 석유화학 증설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올해 초 중국 시노펙(SINOPEC)은 "중국 정부가 국내 연료 수요 축소로 화학제품 생산을 증대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강동진 애널리스트는 "한국이 스페셜티(Specialty)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특정 영역을 제외하고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게다가 급격한 전기요금 상승 역시 부담이라, 기대가 너무 앞설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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