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벼랑 끝 '구조조정 쓰나미' 위기 직면
공급·투자 과잉에 흔들리는 여수산단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연말까지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공장 운영계획을 내고, 필요시 대규모 생산 설비를 줄이도록 권고했다. 단순한 업계 조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발 공급과잉이다.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값싼 원료를 대규모로 수입해 자국 수요를 충당하고, 남는 물량을 해외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세계 경기 둔화가 겹치며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범용 화학제품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문제는 한국 기업 스스로 위기를 키운 점이다. 일본은 수요가 줄자 생산설비를 과감히 줄였지만, 한국은 오히려 증설을 이어갔다. 현재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약 1,300만톤에 달하며, 향후 에쓰오일 신규 프로젝트가 더해지면 1,470만톤까지 늘어난다. 세계 4위 규모지만, 이는 동시에 '과잉의 덫'이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산업단지(여수산단)는 특히 어려운 상황이다. 크래커(나프타 분해설비)만 7기가 몰려 있어 공급과잉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업 간 출혈 경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중국·중동의 저가 공세까지 겹쳐 '내부 경쟁으로 더 힘들다'는 자조가 나온다.
여수산단 한 관계자는 "중국 저가 물량과 싸우기도 힘든데, 국내 기업끼리 제 살 깎아 먹기 경쟁까지 하니 버티기 어렵다"면서 "결국 일부 설비는 멈출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역 시민들의 우려도 크다. 인근에서 소규모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산단이 어려워지면 동네 경기가 직격탄을 맞는다"며 "공장 가동이 줄면 근로자 소비가 줄고, 그 여파가 지역 상권까지 번진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기업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여수시 한 관계자는 "여수 경제의 상당 부분이 산단에 의존한다"면서 "공장이 멈추면 세수 감소와 지역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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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구조 개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역 파급 효과를 우려했다. 그는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은 바람직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협력업체와 소상공인까지 고려한 연착륙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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