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금융민원 11만여건 중 절반이 보험분쟁
현장은 "분할 시 사기 대응력 약화" 반대 표
금융사기 고도화…"오히려 컨트롤타워 필요"

[기자수첩]'소비자 보호' 외치면서 오히려 위험 키우는 금감원 조직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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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융민원은 11만6338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45.9%(5만3450건)가 보험 관련 분쟁이었다. 절반 가까운 민원이 보험 문제에서 발생했다. 보이스피싱·보험사기 같은 금융사건은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고, 보험권을 중심으로 민원은 매해 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금융감독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 별도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논리는 단순하다.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해 민생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금융권과 현장 실무자들은 정반대의 진단을 내놓는다. 금융사고 방지 및 금융사기 근절은커녕 대응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조직을 쪼개면 정보 단절과 칸막이만 심화해 정작 소비자 보호에는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현장에서는 지금 필요한 것은 '분리'가 아니라 '강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도 금감원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험사기대응단에서 보험사기 민원 전화를 전담하는 인력은 단 한 명뿐이다. 범죄는 국제적·조직적으로 진화하는데 대응 인력은 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을 분리하면 사기 대응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보호의 최전선인 금소처 내 분쟁조정 1·2국은 업무량이 가장 많다. 분조국 실무자들은 소비자·보험사 중재 과정에서 제도를 기획하는 감독부서나 검사·제재 조직인 검사부서들과 수시로 연락하며 업무를 진행한다. 지금은 전화 한 통이면 되지만, 조직이 갈라지면 공문과 결재를 기다려야 한다. 대응 속도가 늦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조직 이기주의도 우려된다. 금소원이 신설되면 금소원 분쟁조정국과 금감원 검사·감독 부서 간 성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협업보다는 칸막이가 강화되고, 정작 피해 구제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몇 년간의 금융사고만 봐도 분리의 위험은 분명하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초기 경보를 놓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서도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이 따로 움직였다면 혼란은 더 컸을 것이다. 대형 금융사고일수록 '통합된 대응 체계'가 관건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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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필요한 건 인력 확충과 협업 체계 강화다. 이 판국에 금소처를 분리한다는 발상은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다.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이 오히려 피해 확대를 불러온다면 이는 제도의 실패이자 정책의 역주행이다. 금융민원과 금융사기가 폭증하는 지금, 정부가 조직개편을 그대로 밀어붙인다면 그 대가는 결국 소비자가 짊어지게 된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금감원 조직개편안은 분리가 아니라 협업 강화, 범정부적 컨트롤타워 구축으로 나아가야 한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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