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대기업·금융사 여성 비율은
식품·IT·유통·서비스 업종 강세
중공업·건설·방산 등은 '남초'
금융권, 여성 49%로 절반 육박
좁아진 취업문 앞에 취업 준비 청년들 사이에서 회자하는 자조적 속담이다. 어차피 일해야 한다면 복지와 급여가 좋은 회사에서 일하는 게 낫다는 의미에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서울 관악종합고용지원센터를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남긴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성패를 떠나 이 문구는 16년이 지난 지금도 정치권과 경제계 등에서 애용된다.
이 두 문장은 오늘날 양질의 일자리를 상징하는 대기업과 금융사의 위상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양성평등지수 조사 대상인 100대 기업과 37개 금융 기업은 '대감집'이라 불릴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기업에 소속된 직원만 86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여성 비율 등 여전히 구조적 불균형은 뚜렷하다. '고용이 최고의 복지'가 되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100대 기업 정규직 여성 5명 중 1명…업종 격차 뚜렷
지난해 말 기준 100대 기업의 정규직 여성 비율은 평균 20.5%였다. 2020년 대비 1.1%포인트가량 증가한 수치지만 여전히 5명 중 1명 수준이다. 업종에 따라 격차도 컸다. 가장 낮은 곳은 KG모빌리티(2.26%)였다. 자동차 제조사라는 업종 특성이 반영됐다. 여성 비율 10% 미만인 기업도 36곳이었다. 대부분 중공업·건설·방위산업 등 분야였고, 예외적으로 경호·경비업체인 에스원도 포함됐다.
반면 식품·IT·유통·서비스 등 업종은 여성 비율이 높았다. CJ프레시웨이는 유일하게 70%를 넘겼다. 롯데쇼핑·오뚜기·CJ ENM은 60%대, 이마트·농심·LG생활건강은 50%대였다. 호텔신라·대상·대한항공·삼성바이로직스·코웨이·카카오·네이버·셀트리온 등 8개사는 40% 이상의 비율을 기록했다.
다만 최근 5년간 증감률로 보면 업종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CJ ENM과 현대오토에버, GS글로벌 등 3개사는 5년간 6%포인트 넘게 올랐다. CJ ENM은 음악 및 커머스사업 부문의 여성 직원이 늘었고, 현대오토에버는 IT 및 차량용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공격적 채용이 이뤄지면서 여성 비율도 증가했다. GS글로벌은 직원 수가 소폭 증가한 가운데 여성이 남성보다 많이 늘어났다.
네이버, BGF리테일, 케이티 등 3개사 또한 5%포인트 이상 비율이 늘었다. 네이버는 이 기간 직원 수가 500여명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400명가량이 여성이었다. BGF리테일도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전체 정규직이 400명 넘게 늘었다. 실적 개선으로 인한 사세 확장이나 고용 창출의 부가 효과로 자연스럽게 여성 정규직 비율도 늘어난 것이다.
21개사는 같은 기간 여성 비율이 감소했다. GS리테일은 9.16%포인트 줄었다. 슈퍼 부문 인력 감축 및 기간제 근로자 확대, 공통 및 기타 부문 여성 인력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웨이는 5.33%포인트 하락했다. 전체 정규직 수가 300명가량 줄었는데, 여성은 줄고 남성은 늘었다.
금융권 여성 비율은 절반 육박
지난해 37개 금융 기업의 정규직 여성 비율은 평균 48.65%로 100대 기업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여성 비율이 40%를 넘었다. 정규직 여성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하나은행(63.4%)이었고, 가장 낮은 곳은 BC카드(29.5%)였다.
증감률로 봐도 금융 기업 상당수는 2020년 대비 여성 비율이 높아졌다. 6%포인트 넘게 상승한 곳은 메리츠증권이 유일했다. 본사 관리부문 여성 직원이 늘어난 데 힘입었다. KB국민은행과 케이뱅크도 5%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우리카드, 키움증권, 롯데카드, 메리츠화재, 우리은행 등 5개사는 같은 기간 여성 비율이 줄었다. 우리카드는 비율로만 보면 9.2%포인트 감소했다. 정규직 여성 수가 30명 증가했는데, 남성 직원이 같은 기간 197명 늘어 비율 측면에서 손해를 본 케이스다. 나머지 4개사는 0~2%포인트대로 낙폭이 크진 않았다.
활발한 여성 채용 '긍정적'
양성평등지수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100대 기업의 신규 채용 중 여성 비율은 약 25%였다. 이는 전체 여성 비율(20.5%)보다 높은 수치로, 앞으로 여성 비율이 증가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업종 간 격차는 존재했다. 유행에 민감한 유통 기업의 경우 신규 채용의 60~70%를 여성이 차지하기도 했다. IT·통신 등 기업도 대체로 30% 이상의 높은 비율을 보였다. 반대로 건설·중공업 분야는 여전히 한 자릿수대 비율도 존재했다. 해당 업종의 직무 특성과 전공 선택 경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 기업은 상대적으로 균형 잡힌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 37개 금융사의 평균 여성 채용 비율은 약 40%였고 편차도 크지 않았다. 여성 비율이 높은 경우가 60%대였고, 가장 낮은 경우도 20%를 넘겼다. 이는 기업들이 특별히 여성을 우대했다기보다는 성별에 따라 차별 없이 능력 중심의 평등한 채용 절차를 진행해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특별히 여성을 인사상 우대하는 제도 없이 능력에 따라 공정히 인사를 적용하고 있는데, 여성 임직원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여성 고용은 단지 수치를 채우는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지속 가능성과 성과 창출 역량을 좌우하는 전략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고용 수치를 넘어서 승진 기회, 직무 배치, 경력 단절 없는 성장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다. 여성 인재를 조직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키우는 길이자 직원에게 제공하는 '최고의 복지'가 될 것이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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