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간병 참지 못해…살해 후 경찰 자수
사회 고령화 장기간병 존속살해 늘어
치매와 지병을 앓고 있는 70대 친형을 홀로 돌보다가 살해한 60대 남성이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9일 오후 6시 10분쯤 부산 사하구 감천동 거주지에서 친형인 B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직후 A씨는 본인이 직접 경찰에 연락해 자수했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10년 전 교통사고 후유증 등으로 오랜 기간 노인성 치매를 앓으며 육체·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A씨는 형을 홀로 돌보다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B씨는 평소에 외출했다가 길을 잃는 등 문제를 일으켜 A씨에게 많은 어려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A씨는 경찰에 두 차례가량 B씨의 실종 신고를 하고 수색을 요청하기도 했다. 범행 전날에도 B씨는 실종돼 경찰의 도움을 받아 귀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정신·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형을 홀로 돌보다가 순간적으로 치밀어 오른 화를 참지 못하고, 피해자가 정상적인 인지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천동 고지대의 노후주택에서 친형과 단둘이 살면서 경제적 어려움도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장기 간병과 경제적 어려움을 못 이겨 피간병인을 살해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박숙완 경상대 법학과 강사가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한 '노인 간병범죄 원인분석과 대책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8년까지 간병살인으로 숨진 사람은 213명이다. 이 가운데 53.5%에 해당하는 114명 가족에 의해 희생됐다. 또한 간병인을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간병인과 환자가 동반 자살을 시도한 사례도 89건에 이르렀다.
2050년이 되면 국내의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정치권에서 현실적인 간병 돌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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