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집행유예 깨고 징역 6개월 선고
"죄질 나쁘고 반성하지도 않아"
자녀를 아동학대 했다고 의심해 인분이 묻은 기저귀로 어린이집 교사 얼굴을 때린 40대 학부모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실형을 선고받았다.
17일 대전지법 3-3형사 항소부(박은진 부장판사)는 A씨(40대·여)의 상해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의 형이 가벼워 부당하다는 검찰의 항소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A씨는 2023년 9월10일 오후 4시20분쯤 세종시의 한 병원 입원실 화장실에서 손에 들고 있던 둘째 아이의 똥 묻은 기저귀를 펼쳐 어린이집 교사 B씨(53)의 얼굴을 때려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타박상 등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둘째의 입원으로 병원에 있었던 A씨는 어린이집에서 첫째 아들(2)이 다치게 된 일로 학대를 의심해오던 중 해당 어린이집의 원장과 함께 B씨가 병원에 찾아오자 이야기를 나누던 중 홧김에 이러한 일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A씨와 검찰 양쪽 모두 항소했고, 검찰은 1심과 같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 이유로 "A씨의 죄책이 가볍지 않고, 피고인은 여전히 (피해 교사의) 병실 침입을 주장하는 등 반성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통상적 사회 관념에 비춰볼 때 계획적이든 우발적이든 타인 얼굴에 고의로 오물을 묻히는 행동은 상대방을 모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면서 "범행 이후로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피해자는 보육교사 업무를 계속할 수 없을 만큼 현재까지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단순히 기저귀를 던진 것이 아니라 피해자 안경이 부러지고 얼굴과 머리카락, 상의, 안경 렌즈에 상당한 대변이 묻을 정도로 피해자 얼굴에 기저귀를 비빈 것은 범행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 수사가 지속되는 순간에도 피고인은 여러 아동학대 혐의로 피해자를 고소했으나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며 A씨가 원심서 200만원을 공탁한 점과 민사상 손해배상 사건에서 법원의 화해 권고에 따라 3500만원을 지급한 점도 유리한 양형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공탁금을 수락하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엄벌에 처해달라는 의사 표시를 하는 만큼 피해자가 피해 복구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에게 사죄하며 반성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교권 침해가 아니었고 피해자의 병실 무단 침입으로 인한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A씨 측의 양형 부당 주장에 대해서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피해자가 받은 고통 등을 종합했을 때 원심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판단해 원심보다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했다. 판결 직후 A씨는 "저에겐 어린 두 자녀가 있고 아이를 키워줄 사람이 없다"며 "많이 반성했다. 기회를 달라"고 오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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