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시민 2781명 연명
"민주주의 위기 담기 위해 법원 향한 것"
박찬욱 감독 등 영화인들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취재하기 위해 현장에 들어갔다가 재판에 넘겨진 정윤석(44) 다큐멘터리 감독에 대한 무죄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지 하루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이 파손 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조용준 기자
한국독립영화협회는 16일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정 감독의 무죄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모아 서부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탄원서에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김성수, 변영주, 장항준, 이명세, 신연식, 조현철 감독 등 영화인과 시민 총 2781명이 연명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부산국제영화제 등 영화단체 51곳도 참여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정 감독은 당시 불법 계엄 시도와 그에 따른 사회적 붕괴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며 국회, 언론사 관계자들과 협력해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며 "수사 과정에서도 이러한 작업 의도는 명확히 소명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위기가 현실이 되는 순간을 현장에서 기록해야 한다는 윤리적 의지와 예술가로서의 책무감에 근거해 카메라를 들고 법원으로 향한 것"이라며 "정 감독은 폭도를 찍은 자이지 폭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 감독 측도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우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기일에서 "무리한 기소"라며 검찰에 공소 취소를 요청했다. 형사소송법 255조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정 감독 측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사건 기록을 위해 법원에 들어간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지난 1월19일 오전 3시께 법원에 들어갔다는 검찰의 주장과 달리, 난동이 벌어진 뒤인 오전 5시께 진입했다며 공소사실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변호인의 주장은 독자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공소를 취소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용산,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아픔을 남긴 역사적 사건들을 기록해왔다. 그는 'Jam Docu 강정', '논픽션 다이어리',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진리에게' 등 다수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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