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최종 타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유럽 각국 농민단체가 본격 반대 시위에 나섰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전국농민연맹과 청년농민회는 반대 시위를 시작했다.
남부 몽펠리에에서는 100여명의 농민이 지방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아비뇽에서도 트랙터 시위대가 공동 대응에 나서기 위해 집결했다. 보르도에서는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트랙터 시위를 예고했다. 수도권의 일부 농민은 전날 저녁부터 118번 국도 일부를 점거했다가 이날 오전 해제했다. 일부 지역은 마을 표지판을 남미 도시 이름으로 바꿔 유럽 시장이 남미 상품으로 뒤덮일 것이라는 점을 풍자했다.
피에리크 오렐 청년농민회장은 이날 RMC 라디오에서 전국 85곳에서 시위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FTA에 반대한다고 말한 데 대해 "안심이 된다"면서도 "그가 이 협정이 비준되지 않도록 다른 회원국까지 설득할 수 있을 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브뤼노 르타이오 내무 장관은 "공화국의 질서는 모든 프랑스인에게 적용된다.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사람에게 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피해를 주거나 장기 봉쇄나 고착 상태를 만들지 말아달라"고 시위대에 당부했다.
메르코수르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볼리비아로 구성된 남미경제공동체로, 1999년부터 EU와 FTA 논의를 시작했다. 2019년 원론적인 합의가 이뤄졌으나 EU가 환경보호 의무 등 새로운 조건 추가를 요구하면서 한동안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말 최종 서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른 EU 회원국 농민 사이에서도 남미와 FTA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20여년 만에 마침내 메르코수르와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협상이 너무 오래 걸렸고, 이는 좋은 예가 아니다"라며 향후 단일 국가가 협정에 제동을 걸지 못하도록 협정 체결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미 FTA를 가장 거세게 반대하는 프랑스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독일 농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독일농민협회(DBV)는 아직 시위에 나설 계획은 없다면서도 재협상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청년농민회 등 농민 단체는 값싼 남미 소고기 수입을 우려한다. 이에 스페인 정부는 소고기 등 일부 분야가 피해 볼 수 있지만 와인이나 올리브 오일 같은 품목은 혜택을 볼 수 있다며 FTA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폴란드는 농업부까지 남미와 FTA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이탈리아 농업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현 상태로 FTA 협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남미 농민 역시 EU와 같은 환경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폴란드 농업부는 FTA가 대부분의 농식품 생산 부문을 희생시키지만, 산업, 운송 등 분야는 혜택을 본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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