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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 해법]①삼성 기소에서 제기된 '이사의 충실의무'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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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주주의 손해는 곧 회사의 손해' 주장
대법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는 없다"
2009년 대법원 판례 상징성 커
검찰 '이사의 충실의무' 지적
상법 관련 삼성 불법 승계 의혹 무죄
현행 상법 체계에서 법적 공방 어렵단 지적도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개정 논의가 국회와 정부를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법 조문에는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회사와 주주'로 변경하는 것이 쟁점이다.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법 개정에 나서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이사의 충실의무' 조문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상법 소관 부처는 법무부이다.


[상법개정 해법]①삼성 기소에서 제기된 '이사의 충실의무'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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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그룹 사건(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수사했던 이 원장의 경험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검찰은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혐의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삼성물산 전·현직 임원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린다. 앞서 대법원은 '이사의 충실의무'와 관련된 중요한 판례를 남겼다. 이런 배경 탓에 현재의 상법 체계에서는 이사가 주주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려도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물론 금감원장이 상법 개정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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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는 '주주'에 충실할 의무가 없다"…에버랜드 대법원 판례 분기점

2009년 대법원의 판례가 재계와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바로 삼성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된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 사건이다.

1994년 이 회장은 아버지 이건희 전 회장으로부터 61억4000만원을 증여받는다. 이 회장은 해당 자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매매해 자금 규모를 키운다. 1996년 에버랜드 이사회는 저가에 CB를 발행하기로 의결한다. 삼성그룹의 지주사격인 에버랜드가 CB를 저가에 발행했지만 삼성 계열사들은 모두 인수하지 않았다. 에버랜드 이사회는 결국 남은 CB를 이 회장 남매에게 배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0%대에서 6%까지 크게 상승한다.


시민단체는 2000년 이 회장의 승계를 위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이 전 회장과 에버랜드 임직원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검찰의 공소 논리를 요약하면 저가에 발행한 에버랜드 CB를 인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됐고, 이로 인한 손해는 곧 회사의 손해라는 주장이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로 명시되어 있지만 이를 확대 해석할 경우 '주주'도 포함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9년 '무죄'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기존 주주들 간의 문제일 뿐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며 "주식회사의 이사(상법상 이사회 구성원)는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만, 개별 주주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9년 에버랜드 사건 관련 대법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주주가 아니라 '회사'라고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무겁다"며 "이사의 충실의무를 해석할 때 경우에 따라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데, 대법원 판례에서 이를 정면으로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미법은 판사의 법률 해석 권한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판례가 만들어지면 법률과 동등한 지위를 얻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3권 분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륙법 영향을 받아서 판사가 법률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며 "법 조문에 근거해 보수적으로 판결하는 우리 법체계에서 판례마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주주가 아니라고 했으므로 관련 소송에서 법적 공방을 벌이기 힘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주장 중 하나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는 주주도 포함된다'라는 논리다. 그러나 에버랜드 CB 소송에서 대법원 판례가 만들어진 만큼 주주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린 이사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법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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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충실의무' 정면으로 문제제기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

'이사의 충실의무' 법리 다툼은 2018년 다시 시작된다. 바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사건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을 추진했고,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주식 가치가 저평가되며 주주에게 손해를 미쳤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적용한 주요 혐의 중 하나는 자본시장법 위반이었다. 이와 관련해 지적한 공소사실만 15가지가 넘는다. 당시 검찰은 고심 끝에 이 회장과 삼성물산 전·현직 임원들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수사팀장은 윤석열 대통령, 공소장을 쓴 검사는 이 원장이었다.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삼성물산과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 합병의 사업적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 의무를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또 "합병비율을 좌우하는 합병시점을 정할 때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의 이익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 회장의 이익을 위해 합병 시점을 선택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즉 회사의 경영진과 이사회가 회사와 해당 주주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이사의 선관의무와 충실의무를 지키지 않았으므로 배임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은 적정한 합병 대가를 받을 수 있었음에도 재산상의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 판결은 무죄였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합법적인 경영 활동'으로 판단했다. 이 부분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현재 논의되는 상법 개정에서 이사의 '경영판단 원칙'이 중요한 합의점으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재계 반발 이유는 '구속' 우려?…주주 의견 안 들으면 형사 처벌 가능성

재계는 상법 개정 이슈와 관련해 위의 두 소송에 주목한다. 검찰이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을 근거로 이 회장과 전·현직 임원들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배임죄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따라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되면 등기이사로 등재된 오너일가와 최고경영자 등을 상대로 남소(형사처벌)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한다.


자본시장법 전문가는 "상법 개정을 두고 재계는 '회사법 근간을 흔든다'는 주장과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하면 회사와 주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반발하지만 에버랜드 CB 판례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에 근거가 약하다"며 "진짜 이유는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를 명시하면 상황에 따라 등기이사를 배임죄 혐의로 구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소송 전문 변호사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위반했다며 등기이사에게 배임죄, 즉 형사처벌 하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찾기 어렵다"며 "삼성의 판례는 정확히 말하면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입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인데, 이를 법률 문제로 확대해 상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 원장은 이런 우려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이 5월28일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간담회에 참석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한편, 법제화를 통해 경영판단 원칙을 명료하게 해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앞서 대법원이 '경영판단 원칙'을 근거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소송에서 이 회장과 임원들을 무죄라고 판결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명시하되 경영판단 원칙을 준수하면 배임죄 성립을 배제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편집자주지난해 행동주의펀드가 운을 띄웠던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개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사회의 결정으로 인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상법 개정 목소리가 커졌다.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회사'를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법조문을 '회사와 주주'로 개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법조계와 학계는 상법 개정의 핵심은 '본인(주인)-대리인 문제' 이론으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상법 개정에 앞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인 주인이 누구냐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의미다. 상법이 개정되더라도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충돌하는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경제는 '이사의 충실의무'와 관련된 첫 법정 다툼이었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건을 통해 찬반 배경을 살펴보고, 현재 상법 개정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을 다룬다. 이를 통해 우리 자본시장을 위한 상법 개정의 방향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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