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 위험에 대해 보호해야"
법조계 "특례법, 사망 면책 불가능… 법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

의료계와 법조계에서 필수의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의료과실에 대한 법적 책임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형욱 단국대 의대 교수가 1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개최된 'The 15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4'(KHC 2024)에서 '필수의료의 위기와 법적 책임 완화 대책'를 주제로 한 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사진= 최태원 기자 peaceful1@

박형욱 단국대 의대 교수가 1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개최된 'The 15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4'(KHC 2024)에서 '필수의료의 위기와 법적 책임 완화 대책'를 주제로 한 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사진= 최태원 기자 peaceful1@

AD
원본보기 아이콘


의대 교수와 변호사 등은 대한병원협회가 12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개최된 'The 15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4'(KHC 2024)에서 '필수의료의 위기와 법적 책임 완화 대책'을 주제로 한 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박형욱 단국대 의대 교수는 "의료계는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면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일부 법학자는 다른 나라의 입법례에서 의사만 형사책임을 면책시키는 법 없다고 하지만 이는 사안을 세밀히 살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륙법 국가인 우리와 달리 영미법 국가에서는 기본적으로 과실범을 형사처벌하지 않는다. 중과실 치사에 한하여 형사처벌을 하는데 영국의 경우 2013~2018년까지 단 23명의 의사가 기소돼 4명이 유죄판결을 받았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생명이 위험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한 일이다. 위험하지만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 위험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없으면 위험한 일 자체를 기피하게 되는 것"이라며 "과실범 처벌 규정이 있는 독일과 프랑스, 일본에서도 사법부가 자제하여 의료행위로 인한 형사처벌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은 큰 시사점을 준다"고 했다.

과도한 법적 책임으로 인해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떠날 수밖에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과거 미국에선 의료사고 배상액이 커지자 병원이 위험도 높은 환자 진료 거부하는 방어진료와 진료수가 인상으로 대응하고 보험사는 보험료를 인상했다. 이에 정부가 배상액 상한을 정하는 등 대처가 이뤄졌다"며 "한국의 경우 대처를 할 수 없으니 의사가 필수의료를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가끔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단 주장이 나온다"면서도 "그럴 때마다 환자 안전단체에서 의료과실 형사처벌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 의료 환경이 악화하면 환자 안전에 더 지장이 생길 것이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모든 의료인의 책임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 대상 공소제기를 제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한 의견도 제기됐다. 패널로 나선 현두륜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는 "특례법이 제정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고 제정되더라도 의료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특례법에서는 사망이나 중상의 경우에는 면책의 범위에서 제외를 해버렸기 때문이다. 필수의료는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 행위이기 때문에 사망이나 중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했다.


이어 "결과만을 가지고서 면책해주지 않는다면 필수의료는 보호되기 어렵고, 그렇다면 법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지금 정부가 제안한 특례법은 보여주기식 빈 껍데기뿐인 법안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성훈 대한의사협회의료배상공제조합 법제이사도 "정부가 제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사망이 빠져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고 이 때문에 의료계서도 논의할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이라며 "의료분쟁 조정을 강제로 해야 면책된다는 부분도 비현실적이다"고 말했다.


책임보험·공제의 비현실성도 지적했다. 전 법제이사는 "대형병원 대부분의 경우 보험 가입을 하지 않는다. 대형병원에선 계속 사망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에 굉장히 고액의 상품에 들어야 하고 지급도 자주 이뤄지기 때문이다"며 "이전에는 보험에 가입한 대형병원도 좀 있었지만, 도저히 보험료 감당이 안 돼 내부에 법무팀을 만들어서 해결하는 것이 더 이득이란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AD

더불어 "의료과실을 가지고 형사고발을 하는 사람 중 정말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인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배상을 받기 위해 형사처벌을 이용하려 하는 경우이고, 이를 수사관들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