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목소리 AI 학습시켜 모창
동의 없는 음원 재가공, 저작권 침해 주의
최근 유명인 목소리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특정 곡을 모창하도록 하는 이른바 'AI 커버곡'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유명인 동의 없이 목소리를 추출하고 음원을 재가공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자칫 유명인 목소리가 상업적으로 무단 도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유튜브에서 AI 커버곡을 검색하자 실제로 가수들이 부른 적 없는 음원들이 잇달아 검색됐다. 개그맨 박명수가 가수 비비의 신곡 '밤양갱'을 부르거나 미국의 래퍼 카니예 웨스트가 가수 정인의 발라드곡인 '오르막길'을 부르는 등의 영상들이다. 가수 오혁의 목소리를 입힌 한 AI커버곡의 조회 수는 영상 게재 한 달 만에 44만회를 기록했다. 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아이유의 곡을 부르는 영상의 조회 수는 139만회를 넘었다.
해당 영상들은 음원에서 추출한 특정 연예인의 목소리를 AI에 학습시킨 뒤 다른 가수의 음원에 적용하는 과정을 거쳐 제작됐다. 음원에서 MR과 가수의 목소리를 각각 분리한 뒤 AI 툴을 통해 사전에 학습된 특정 연예인 목소리로 음성 파일을 변환한 것이다.
목소리는 저작권 없지만…가수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지
일각에서는 AI 커버곡이 우후죽순 게재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AI 커버곡이 목소리 주인인 음원 실연자와 원작자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에서는 AI 커버곡이 음원 실연자의 인격표지영리권(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행법상 사람의 목소리 자체는 저작물로 규정되지 않아 저작권법의 보호는 받지 못한다. 다만 유명인의 서명, 목소리 등을 무단으로 사용해 경제적 손실을 입힐 경우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침해에 해당한다. 퍼블리시티권은 사람의 목소리가 일종의 재산에 속한다고 본 것으로, 이를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양진영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사람의 목소리는 저작물이 아닌 개인정보 쪽에 가까워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면서도 "특정인의 목소리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침해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커버곡이 음원 실연자의 저작인접권을 침해한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가수와 연주자들은 저작물을 직접 창작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전달하거나 매개하는 역할을 맡기에 저작권과 유사한 권리를 부여받는다.
문진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실연자의 노래를 복제할 때는 허락을 받는 게 원칙"이라며 "AI 커버곡은 AI 학습을 통한 만들어진 새로운 생성물이라고 주장하는 시각도 있지만, 특정 가수의 노래를 허락받지 않고 AI 학습에 활용하는 것 자체가 실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 보는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음원 추출해 SNS 게시…원작자 저작권 침해 해당
특히 원곡자 입장에서는 AI 커버곡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AI커버곡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음원을 추출해 사용할 경우 음반에 대한 복제권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원작자 허락 없이 음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 게재해 불특정 다수가 이를 볼 수 있도록 하면 저작권법상 공중송신권을 침해한 것으로도 판단된다.
양 변호사는 "AI에 음원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음원을 복제하고 무단으로 전송하는 과정이 발생하기에 원작자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저작권 단체는 AI 툴을 제작하는 업체가 저작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AI 업체들은 복제권이나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데도 불구하고 원작자에게 저작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AI가 학습해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기존 저작물이 활용되기에 원작자에게 이용과 허락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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