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 이어 베터도 파산 신청
美 주요 DTx사 연이은 실패
국내도 초기 산업 정착 어려움
'제3의 신약'으로 불리는 디지털 치료기기(DTx). 하지만 '세계 최초의 DTx'가 나오는 등 시장을 이끌었던 미국에서 연쇄 도산 사례가 나오는 등 실제 산업 성장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도 첫 DTx 처방이 이뤄졌지만 처방 확대가 어려움을 겪는 등 초기 성장이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26일 DTx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DTx 개발사 베터테라퓨틱스는 최근 나스닥 상장폐지 계획을 밝혔다. 베터는 직원들을 해고하고 보유 자산에 대한 매각에 나설 방침이다.
2015년 설립된 베터는 상업화된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서 자금난을 겪어왔다. 2022년에만 약 3000만달러(약 4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에도 인력의 35%를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프랭크 카비 최고경영자(CEO)는 "장기적인 관점의 부득이한 결정"이라며 2형 당뇨병 치료 DTx가 시판 허가를 받으면 상업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2형 당뇨병 치료 DTx가 아스파이어Rx라는 이름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며 올해 중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는 구상을 공개하기도 했지만 결국 상용화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고배를 들게 됐다.
DTx 산업 전반이 업계의 기대와 달리 초기 산업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세계 최초의 DTx인 약물중독 치료 DTx 리셋을 개발한 페어 테라퓨틱스도 지난해 4월 파산을 맞았고, 게임형 DTx 개발사 아킬리인터랙티브도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DTx는 약물이나 인지행동치료 등의 기존 치료법에 비해 우월한 효능보다는 언제 어디서든 간편히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산업 생태계가 미처 만들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이 같은 '가성비'가 의료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면서 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페어의 경우 리셋을 포함해 FDA 승인 DTx를 3종이나 보유했음에도 결국 미국 연방 공공보험 진입에는 실패했고, 실제 환자들의 사용 비율도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외면을 받으며 쓸쓸히 시장에서 퇴장했다.
"먼저 치고 나간 업체들이 견디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한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는 "DTx 산업은 환자, 의료진, 보험 모두가 제품을 이해하고 만족해야 해 난도가 높다"며 "산업이 안착하기 위한 소요 시간이 긴 만큼 페어, 베터 등의 사례로 DTx 산업 전체의 가능성을 평가하기는 섣부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초기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에임메드의 국산 1호 DTx 솜즈가 품목허가를 받은 지 11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환자를 만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처방 시작 후 두 달여가 지난 상황에서 누적 처방 환자 수는 15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에임메드 관계자는 "처방 시작 후 환자가 증가하고 있었지만 최근 의료대란이 본격화하면서 처방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6~8주의 치료를 마친 환자가 계속 나오고 있고, 사용성을 이유로 치료를 그만두는 사례도 없어 실제 치료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재헌 대한디지털치료학회장(강북삼성병원 교수)은 "한국은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있어 다수의 공·사보험을 일일이 뚫어야 하는 미국보다는 보험과 관련해서는 나은 상황"이라며 "업체에서 DTx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한편 국민건강보험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산업 육성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불면증 등 정신·신경계 질환을 넘어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DTx도 조만간 나올 것이란 기대다. 뉴냅스가 뇌 손상으로 인한 시야장애를 개선하는 DTx를 개발하고 있고, 쉐어앤서비스와 라이프시맨틱스는 폐 질환 환자들의 호흡 재활을 돕는 DTx를 준비하는 등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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