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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부터 의사 수 조정한 일본…쏠림 방지 대책으로 우수 지방 병원 수두룩[필수의료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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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늘렸다 줄였다 탄력적 조정
편재 지표·상한제로 특정 과·지역 쏠림 예방
의료 수가 인상, 처우 개선도 함께 논의

편집자주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대란이 4일로 보름에 접어들었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의료개혁의 핵심정책인 ‘필수의료 기피 해법’을 놓고 양측에서 동상이몽격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함께 제시한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이에 본지는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해법과 관련한 세 가지 키워드(①혼합진료 금지②의료사고 특례법③지역필수의사제)의 핵심쟁점을 짚어보고 선진국 필수 의료 정책 사례도 살펴본다.

①32조 비급여 팽창 통제 고리, ‘혼합진료 금지’ 남은 쟁점은

②핵심 뇌관,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의료주체와 접점 좁혀야

③日은 70년대부터 대책 마련·편재 해소 초점…韓 제언점은

④‘폐교’ 서남의대 재연 우려...지역필수의사제 실효성 가지려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우리나라보다 한발 앞서 겪은 일본은 1970년대부터 의대 정원 대책을 고민하는 등 오랫동안 종합적으로 의료 대책을 논의해왔다. 여전히 편재, 수가 문제 등에 대한 갈등은 이어지고 있으나, 정부가 나서서 이를 해소하고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명목상의 제도를 만들어놨다는 점에서 한국과 다르다.

논란의 의대 정원…부작용 고려하며 조정

1970년 후생노동성(한국의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를 합친 일본의 정부기관)은 1985년까지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를 150명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모든 현에 의대를 설치하는 전략을 실행했다. 1979년 오키나와 류큐대학에 의과대학을 설치하는 것을 끝으로 일본의 모든 현에 의대가 들어서게 됐는데, 이로 인해 1981년도 의대 정원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1982년에는 "의사 수 과잉을 초래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양성 계획을 수립해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며 의대 정원 감축에 들어갔다. 하지만 2004년 임상수련의제도 도입과 맞물려 지방 의사들이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2년에 걸쳐 모든 과에서 연수받게 하는 제도인데, 연수를 대학병원뿐 아니라 민간병원에서도 받을 수 있게 되자 지방 대학병원 의사들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이같은 부작용에 일본 정부는 2008년 사상 최대 규모로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결정을 다시 내렸다. 이 기조는 지금도 유지 중이다. 2008년 총 7793명이었던 의대 정원은 2009년 8486명 등으로 그 규모가 조금씩 커지면서 올해 9403명 수준에 도달했다.


이제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의대 정원을 점진적으로 감소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1월 후생노동성은 지금의 의사 증가 추세에 대해 검토했다. 전일본병원협회 등은 “2029년부터 의사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이후부터는 인구 감소에 따라 의사 수가 과잉에 이를 예정”이라며 “2024년도 입학정원을 유지할 경우 2050년 18세 인구 85명 중 1명이 의대에 진학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70년대부터 의사 수 조정한 일본…쏠림 방지 대책으로 우수 지방 병원 수두룩[필수의료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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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역·과에 의사 '쏠림' 없도록 초점

특정 지역·과 쏠림은 일본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이다. 일본의사협회 종합정책연구기구는 “의사들이 도쿄에 집중돼 있고 피부과, 성형외과 의사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아무리 의사 수를 늘려도 비급여 항목 진료를 하는 과로 의사가 유출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의료 소송 리스크가 있고 노동시간이 긴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은 기피과에 속한다.


그러나 이를 어느 정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은 마련돼 있다. 일본은 지역별 의사 수 충족도를 나타내는 '의사 편재 지표'를 공표하고, 이를 통해 정부와 지자체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에서는 대도시나 특정과 쏠림을 막기 위해 2018년부터 필요 의사 수가 충족된 곳은 상한을 정해 그 이상 받지 않는 ‘실링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의사 수가 적은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은 예외로 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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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격인 각 도도부현에서도 의사 확보 계획을 수립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의사 편재 지표에서 전국 평균을 밑도는 야마나시현은 지난해 11월 현 내 의대를 졸업하고 지정 진료과에서 일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인 현 내 고등학생 2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이미 현 내 의대 3곳에서 이같은 장학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역 의사 수 유지를 위해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에 꾸준한 인적·물적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빅5' 병원만 잘 되고 지방 국립대병원은 의사·환자 이탈로 고전하는 한국과 대조적으로 일본 지방병원들의 사정은 나쁘지 않다. 최근 뉴스위크가 뽑은 세계 최고 병원 순위에 한국 병원은 1곳 빼고 모두 수도권에 위치한 병원이었지만, 일본의 경우 절반가량은 수도권 이외 지역에 소재한 병원이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필수 의료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의료 수가 인상, 처우 개선 논의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지난달 일본 중앙 사회보험 의료협의회(중의협)는 초진료와 재진료, 입원 기본료를 모두 인상하는 개정안을 후생노동상에게 보고했다. 이번 인상은 2004년 이후 처음 실시되는 것으로, 수가 인상을 통해 의료 종사자들의 전체적인 임금 인상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일본 내부에서는 수가 인상이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 기술자 등의 기본급 인상 뿐 아니라 인재 확보를 통한 처우개선에 쓰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의료보장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절차를 통해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일본의 구조에 주목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일본의 경우 시스템과 절차를 중시한다. 중앙에서 정책을 발표하고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도 원만하다. 혼합의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환자들이 의사는 돈보다 환자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여기게 됐고, 신뢰가 쌓였기 때문에 수가 인상이나 정원 확대 등에도 합의를 이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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