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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복귀하니 "잘 쉬고 왔냐"…이런 기업에선 애 못낳는다[K인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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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국내 유연근무·육아휴직 실태
부부 절반 '맞벌이'…워킹맘도 첫 60%대
女 육아 부담↑…男 육휴 꺼리는 분위기 여전

편집자주대한민국 인구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기업에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일로 평가하는 기업 내 분위기와 가정 친화적인 문화가 곧 K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적어도 일터에서의 부담감이 걸림돌이 돼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경제는 가족친화 정책을 선도하는 기업을 찾아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지점을 짚고,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하는 기업과는 다각도에서 함께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부터 변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분석한다. 금전적 지원보다 심리적 부채감을 줄여주는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가 핵심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안을 제시한다.

일과 육아, 개인 생활의 균형을 이루는 이른바 '육라밸(육아와 라이프 밸런스)'은 일하는 부모의 지상 최대 미션이다. 생업인 일을 그만둘 수도, 인생의 보물인 자녀를 포기할 수도 없는 현실 속에서 일하는 부모는 매일 둘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다. 일에도, 육아에도 온전히 몰입하지 못해 느끼는 죄책감과 불만족은 이들의 마음을 짓누른다. 결국 '둘째'는 포기한다. 아등바등하는 선배 워킹맘·워킹대디를 보면 부모가 될 각오를 했던 후배 직장인의 마음에 '딩크(맞벌이 무자녀 부부)족의 꿈'이 솔솔 살아난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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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가 한국 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기업이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기업이 워킹맘·워킹대디인 직원들의 근무 방식을 조율하는 것만으로도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생활과 성역할에 대한 가치관이 급변하고 여성 고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업 주도의 가족친화적인 환경과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재택근무를 비롯한 각종 유연근무제와 남성 육아휴직을 K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로 꼽는 이유다.

직원들의 삶이 달라졌다…맞벌이 가구 사상 최대

국내 50대 이하 부부의 절반은 맞벌이다. 통계청의 '2022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 국내 맞벌이 가구 비중은 46.1%로 2015년 통계 개편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연령대별 비중은 40대와 50대(55.2%)가 가장 컸지만, 증가 폭은 30대와 15~29세가 40·50세대보다 커 빠르게 늘고 있는 모습이었다. 과거에는 직업 활동은 남성이, 육아·가사는 여성이 하면서 남성을 으레 '가장'이라고 표현했다면, 요즘 자녀가 없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는 "우리 집 가장은 둘 중 돈을 많이 버는 쪽"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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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비율은 지난해 사상 처음 60%대에 진입했다. 통계청의 기혼여성 고용현황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15~54세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2022년 60.0%(260만9000명)였다. 여성의 사회 진출로 국내 여성 고용률은 2012년 48.6%에서 2022년 52.9%로 증가했고, 고용률의 성별 격차는 그 기간 중 약 4%포인트 줄어 18.6%포인트가 됐다. 매출 100대 기업 내 여성 정규직 비율은 2022년 22.6%로 최근 5년 내 최대다.


쉽게 말해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아내가 바깥양반' '6시 신데렐라' '요즘남편·없던아빠' 등 각종 신조어는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연구로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언급, "20세기 후반 한국만큼 빠른 경제 변화를 겪은 나라도 드물고, 한 도시에 집중된 나라로 변모한 나라도 드물다"며 "한국 노동시장에서는 이런 변화를 빠르게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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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가사 부담, 女에 쏠려…"출산 꿈꾸기 쉽지 않다"

사회·경제적 변화 속에서도 육아와 가사 부담은 여전히 여성에 쏠려있다. 통계청 자료를 통해 2019년 맞벌이 가구 평균 시간 활용을 살펴보면 남편이 가정관리 측면에서 39분, 아내는 2시간 31분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자녀 등 가족과 가구원을 돌보는 시간은 남편이 15분, 아내가 36분이다. 맞벌이 비중이 높아졌으나 남성의 육아와 가사 참여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해서 워킹대디가 육아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출산·육아가 주로 이뤄지는 30대 남성의 인식을 보면 '일보다 가정생활을 우선시한다'는 답변율이 30대 2015년 11.7%에서 2021년 23.7%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여성과의 격차도 8.2%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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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직장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남성 육아휴직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에 차마 상사에게 말을 꺼내기 쉽지 않다. 여성의 시간당 임금이 남성의 7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맞벌이 부부 중 아빠가 휴직할 경우 수입 감소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결국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쪽은 워킹맘이다. 2022년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 여성은 134만9000명이었으며 그중 42%가 육아를 이유로 회사를 나왔다. 임신·출산과 자녀교육을 이유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까지 합치면 10명 중 7명이 아직 양육을 이유로 일자리를 내려놓는다. 특히 최근에는 '워킹맘의 무덤'이라 불리는 초등학교 1학년을 포함한 초등학생 자녀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여성도 느는 추세다.

육아에 꼭 필요한 '시간'…유연근무 확대 희망↑

육아기 유연근무제는 성별 구분 없이 경력단절과 가정 경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워킹맘·워킹대디가 성별 구분 없이 모두 활용할 수 있고 육아 생애주기별로 조절이 가능하게끔 설계가 가능해 전문가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부터 시차출퇴근제, 탄력적 근무제 등과 근무 장소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재택·원격근무가 대표적이다.


국내의 유연근무 보급률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임금 근로자의 15.6%(지난해 8월 기준)가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고 있다. 시차출퇴근제(33.0%), 탄력적 근무제(31.2%), 선택적 근무시간제(26.5%) 순이다. 자녀 보유 여부 등이 반영된 수치는 아니지만 유연근무 자체가 대중적인 근무 형태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확산했던 재택·원격근무는 빠르게 감소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2019년 전체 근로자의 4.3%에 불과했던 재택·원격근무제 활용 근무자 비율이 2021년 32.3%까지 치솟았으나 지난해 19.9%로 내려왔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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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근무 중에서도 12세 이하 자녀가 있으면 활용 가능한 근로시간 단축급여 수급자를 보면 여성에 아직 기울어 있다.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2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수급자 중 10명 중 9명이 여성이었고 남성은 1명에 불과해 성별 격차가 심각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유연근무를 희망하는 직장인의 비율은 늘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근로자 중 47%가 희망한다고 답했다. 그중 약 80%는 시간 유연성이 확보되는 제도를 희망했다. 재택·원격근무 희망자는 전체의 20%로 보기로 제시된 다섯 가지 유연근무 유형 중 가장 답변율이 낮았다.

남성 육아휴직, 많이 늘었다지만…

남성 육아휴직 확대는 육아기 유연근무제와 함께 기업이 구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가족 친화 정책이다.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관습을 깨 여성이 육아를 이유로 일을 그만두는 상황을 막고 부모가 공동 육아를 하며 공감대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심리적 안정감 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과거와 비교해 남성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으나 여성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2022년 처음 5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의 비중은 27.1%로 집계 첫해인 2010년보다 10배 증가했지만, 여성(72.9%)과 비교하면 격차가 큰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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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남성 육아휴직 제도는 일본과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남성 유급 육아휴직 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국가로 꼽힌다. 2022년 기준 OECD 회원국 중 남성 유급 육아휴직 사용 기간은 두 국가 모두 52주로 가장 길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아이슬란드(20주), 노르웨이(15주) 등과 비교하면 두·세배 높다. 하지만 정작 출생아 100명당 남성 육아휴직 사용 인원을 살펴보면 한국은 2021년 14.1명, 일본은 8.4명으로 아이슬란드(80.1명)와 노르웨이(106.8명)를 크게 밑돈다.

“잘 쉬고 왔냐”는 기업에선 애 못 낳는다

현장에서는 워킹맘·워킹대디가 일과 양육을 병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기업의 가정 친화적인 환경과 문화 형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신·육아를 위한 유연근무와 남성 육아휴직 등 각종 제도가 갖춰져 있지만, 기업 내 분위기 때문에 이를 실제 사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1년간 남성 육아휴직을 다녀온 한 워킹대디는 최근 한 간담회에서 "1년간 다녀온 뒤 '잘 쉬고 왔냐'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한다. 직장인의 익명 애플리케이션(앱)인 '블라인드'에는 육아로 고민이 깊다면서도 유연근무제나 육아휴직을 사용했을 때 '불이익을 당할까 봐 무섭다'며 회사 분위기 등을 묻는 글이 이어진다.


기업 임원들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실제 무역협회가 지난해 회원사 약 8000개 사 대표 또는 인사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상대적으로 법제화된 지 오래된 제도는 활용도가 높았으나 단축근무 등 근로 유연화 관련 제도는 활용도가 낮다고 답했다. 이러한 제도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개별적으로는 달랐으나 주로 '직장 분위기나 문화', '대체인력 채용 어려움' 등이 이유로 꼽혔다.


제도 사용이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 또한 해결 과제로 꼽힌다. 육아휴직을 한 부모 모두 기업체 규모 300명 이상인 대기업 직원인 경우가 많았다. 2022년 육아휴직을 한 남성의 70.1%, 여성의 60%가 대기업 소속이었다. 같은 해 유연근무 활용률도 300인 이상 기업이 전체의 40% 비중을 차지해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체인력 채용이나 비용 등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할 정책·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취재팀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김유리·이현주·정현진·부애리·공병선·박준이·송승섭 기자, 김필수 경제금융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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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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