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명, 의료에서도 가능할까…신뢰·기대 토대로 시장성 살펴야
카카오벤처스,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 개최
배웅 "초거대 AI, 구매력까지 이끌 것"
김치원 "어떤 가치 입증하는지가 중요"
관절수술 솔루션 내놓은 '코넥티브'
MRI 치매 진단의 '뉴로엑스티' 눈길
'챗GPT'가 사회 곳곳에서 변화를 일으키면서 인공지능(AI)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날로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의료 산업은 AI의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동시에 산업의 특성 상 제기될 수밖에 없는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상업화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서울 강남구 루닛스퀘어에서는 이 같은 의료 AI의 현재외 미래에 대해 논하는 '카카오벤처스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 행사가 열렸다. 이날 강연자들은 의료 AI가 보다 잘 쓰이기 위한 해법을 제시했고,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이를 토대로 한 사업 방향을 제시하는 장이 마련됐다.
기조강연을 맡은 배웅 카카오브레인 최고헬스케어책임자(CHO)는 "헬스케어 소프트웨어가 잘 쓰이기 위해서는 사용성이 좋다거나 수가 등 간접적 이득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객 사용성'이 중요한만큼 "인간의 본성을 타깃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자의무기록(EMR)을 예로 들며 "손으로 쓰던 것이 전산화되니 의·약사들이 수가가 없는데도 돈을 주고 쓰고 있다"며 "고객이 직관적 효용성을 몰라 이를 쓰기 싫어한다면 기존 워크플로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등의 고민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배 CHO는 AI 관련 헬스케어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데 대해 '일반화(신뢰)의 부족'과 '기대의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AI가 사람과 다른 행동을 하면 신뢰가 깨지고, 사람에 대해서는 교육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는 것과 달리 AI가 이 같은 성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배 CHO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는 '초거대 AI'를 제시했다. "이를 활용해 기존의 워크플로 내에서 데이터의 선순환이 돌아간다면 기대가 신뢰로 이어져 구매력까지 연결될 것"이라는 게 그의 해답이다.
카카오브레인은 현재 이를 토대로 한 AI 컴퓨터 보조 진단(CAD)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AI가 흉부 X선 촬영(CXR)에 대한 초안 판독문을 내놓고, 의사가 이를 다시 고쳐나가는 데이터의 선순환을 통해 판독문에 대한 만족도를 올라가는 경험을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이어 강연에 나선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내과 전문의)는 의료 AI의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을 잘 정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크리닝, 위험도 구분, 확진, 동반 진단, 치료, 모니터링 등으로 이뤄지는 일련의 의료 과정 속에서 어떤 단계에 대한 AI 제품이고, 치료 결과를 바꾸는 결과를 도출해내는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진단검사와 유병률의 상관관계를 들어 이 같은 점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경우 검사의 민감도가 99.7%, 특이도가 98.5%에 달함에도 15~49세 유병률이 0.1%에 불과하다보니 10만명을 대상으로 검사할 경우 1만6000명가량이나 양성이 나오는데, 이 중 실제 감염자는 997명에 그치는 상황이 빚어지게 된다. 김 상무는 "코로나19 유행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기 전에는 유병률이 낮으니 신속항원검사를 쓰지 않았다"며 "이후 신속항원검사를 쓰게 된 건 유병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점 때문에 그는 단순한 검진보다는 실제 환자로 볼 수 있는 외래~중환자실 입원 사이의 환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의료 AI가 시장성이 높다고 봤다. 김 상무는 "검진 레벨에서는 아무리 환자가 많아 검사를 많이 하더라도 가격이 인정되기 힘들어 시장 규모는 '0'이 된다"며 "외래~중환자실 단계에서는 이상이 있는 이들이 있을 확률이 많아지고, 전체 수는 적어지지만 가치가 높아지는 만큼 오히려 돈을 벌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노두현 코넥티브 대표(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26일 서울 강남구 루닛스퀘어에서 열린 '카카오벤처스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춘희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이날 카카오벤처의 투자 대상 회사로 기업 소개에 나선 곳들은 김 상무의 기준을 인용하면 치료 단계가 3곳(코넥티브·알피·딥메트릭스), 진단 단계가 2곳(프리베노틱스·뉴로엑스티)이 된다.
치료 단계에서는 정형외과 슬관절 수술 설계 AI 및 인공관절 수술 로봇을 만드는 코넥티브의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노두현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2021년 창업한 회사로 ▲X선 촬영 자동판독 소프트웨어 ‘코넥티브 X’ ▲인공관절 수술 후 부작용을 예측할 수 있게 돕는 ‘코넥티브 S’ ▲수술 설계를 돕는 '코넥티브 P' ▲재활 통합 안내 솔루션인 ‘코넥티브 H’ ▲AI 기반 수술 로봇 ‘코넥티브 R’ 등을 개발하고 있다.
노 대표는 "환자들이 로봇 수술을 한다고 하면 다들 '자동으로 하나요'라고 물어보지만 아직도 사람이 수술을 하고 로봇은 가이드를 하는 역할"이라며 "로봇이 자동으로 차량을 조립하듯 하고 싶었다"고 창업의 계기를 전했다. 인공관절 로봇 수술은 의사가 직접 뼈에 하나하나 점을 설정해 뼈 위치를 확인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해 오히려 숙련된 의사가 직접 하는 수술이 로봇 수술보다 시간이 덜 걸리기도 하는 상황이다. 수술 전 단계에서도 "환자들은 자신의 병기가 어떤지, 치료 계획이 어떤지 X선 촬영에 대한 근거 기반의 자세한 설명을 원한다"며 "근골격계에서 초거대 AI를 구축해 환자에게 병기 등을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하고, 무릎 관절이 안 좋아질 확률의 예측, 수술 시뮬레이션이 가능케 하는가 하면 실제 수술 필드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연동되는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노 대표는 전했다.
김 상무는 코넥티브에 대해 "처음에는 진단보조 소프트웨어를 보여줘서 (자신의) 반응이 안 좋았지만 많은 고민을 하며 로봇과 연결되는 소프트웨어, 로봇 자체까지 만들게 됐다"며 "치료 자체에 직접 연결하는 만큼 치료 결과에 미치는 가치 입증이 쉬운 '심플'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진단 단계의 회사에서는 자기공명영상(MRI)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제 동반 진단 플랫폼을 개발하는 뉴로엑스티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조만간 국내에도 도입될 예정인 알츠하이머 항체 치료제와의 시너지를 노린다는 구상을 내놨다. 성준경 뉴로엑스티 대표는 "아밀로이드 베타(Aβ)-타우(Tau) 상호작용에 기반한 질병 진행 단계에 적합한 치료제 처방이 필요하다"며 "영상 촬영을 통해 효과가 좋을지, 골든타임이 지났는지를 선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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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바이오젠·에자이가 내놓은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과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이 뇌 속의 Aβ 단백질을 없앰으로써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 기전인만큼 Aβ 단백질이 어느 정도 쌓인 후부터 타우 단백질이 전파되기 직전까지의 환자가 가장 치료제가 잘 드는 환자라는 것이다. 기존에도 이 같은 검사는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을 통해 가능하다. 하지만 PET 촬영은 1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 데 비해 MRI는 그보다 훨씬 저렴한 만큼 가격적으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성 대표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임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시장 출시 때 실패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며 "앞으로 바이오젠·에자이의 약물이 들어왔을 때 이와 동반하는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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