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시스템이 통화긴축 정책으로 촉발된 스트레스로 인해 시험받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신용경색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전 세계 금융시스템에 '급격한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나왔다. 최근 크레디스위스(CS) 사례처럼 은행권 압박이 커질수록 가장 취약한 고리가 다음 타깃이 될 것이란 진단이다.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에 대한 우려도 재차 지적됐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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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하향조정한 IMF..."은행권 불안정, 취약함 상기시켜"

IMF는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8%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하면서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지속되는 금리 인상, SVB발 긴축이 금융 부문에 미치는 여파 등을 향후 리스크 요인으로 제시했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은행권 위기를 둘러싼 불안정은 상황이 여전히 취약함을 상기시킨다"며 "다시 한번 하방 위험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 경제 전망을 둘러싼 안개도 짙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SVB 사태로 인한 금융 불안 가능성에 대한 경고다. 앞서 SVB, 시그니처 은행의 연쇄 파산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긴축이 실물경제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에도 타격을 줄 수 있음을 확인시킨 사례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고란차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급격한 통화 긴축은 장기채권자산에 상당한 손실을 촉발했고 자금조달 비용을 높였다"며 "금융시스템에 대한 테스트는 더 이어질 것이다. CS 사례처럼 초조해진 투자자들은 다음으로 가장 취약한 고리를 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는 과도한 레버리지, 신용위험, 단기자금 의존도가 높은 금융기관과 펀더멘탈이 약한 국가가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러한 금융환경 긴축은 신흥시장, 개도국의 신용 및 재정에 직격탄이 돼 대규모 자본유출 등을 촉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성장 전반에 여파가 불가피하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1%까지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 IMF의 진단이다. 성장률 1%는 인당 소득이 거의 정체됨을 의미한다. IMF는 해당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15%로 제시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만큼 빠르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공개된 경제전망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8.7%에서 올해 7%, 내년에는 4.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1월 전망치보다 각각 0.4%포인트, 0.6%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IMF는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것이며 이로 인해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이 가속화하고 금융시스템의 숨겨진 취약점이 드러날 수 있음을 경고했다.


Fed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경우 이미 취약해진 은행들로선 더 큰 압박과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토비아스 에이드리안 IMF 통화자본시장국 국장은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 시스템이 통화긴축 정책으로 촉발된 스트레스로 시험받고 있다"며 "앞으로의 리스크는 이 상황이 금융시스템에 더 많은 스트레스 요인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SVB발 은행권 위기 전염 우려가 이제 억제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금까지는 잘 끝났지만 상당한 취약성이 남았다"며 "추가 충격에 취약한 약한 곳들도 있다"고 답변했다.

IMF "추가 금리 인상,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위협"(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금융안정 리스크 높아졌다" 진단 내놔

이러한 우려 메시지는 같은 날 IMF가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IMF는 지속된 긴축과 SVB 사태 등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안정 리스크가 더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대출 여건이 강화하고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올해 미국 은행권의 대출능력은 약 1% 축소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경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44%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지역 및 소규모 은행은 전체 은행 대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며 "신용 긴축은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MF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개혁조치가 금융시스템을 전반적으로 한층 강화했다면서도 최근 은행권 위기 우려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관건은 이번 은행권 위기 우려가 세계 금융시스템의 회복력을 시험할 더 체계적인 스트레스의 전조인지 여부라는 것이 IMF가 던진 질문이다.


Fed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 보고서는 "(이번 사태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는 임부를 맡은 중앙은행에도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 금융안정성 보호 사이에서 절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또한 현재로선 Fed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기존 예상보다 더 빨리 정책 완화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훨씬 웃도는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을 둘러싼 우려는 이러한 금융리스크를 더 강화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IMF는 총자산 2500억달러 미만인 미 은행들이 전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은행 대출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4분의3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상당한 여파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IMF는 "높은 금리,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구조적 수요 감소가 결합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평가가 광범위하게 조정될 위험이 높아졌다"고 짚었다.


다만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세계 경제가 작년 하반기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전히 글로벌 하방리스크에 대한 경계를 늦추고 있지 않다면서도 각종 리스크 요인들을 너무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낙관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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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장관은 SVB 파산 여파와 관련해서도 "미국 은행시스템은 건전하며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록 리스크가 남아있지만,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며 신용경색이 미 경제활동을 냉각시키고 있다는 사례를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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