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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성과급 해법]①다국적기업, 韓 대신 中 간다…"한국은 직무성과급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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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서열 강한 임금체계…직무성과급의 무덤
임금부담 크고 경직적인 韓…투자 불모지
동기면 같은 임금?…"직무·숙련 비중 높여야"

편집자주'노동개혁'은 한국 경제의 아픈 손가락이다. 보수와 진보, 기업과 근로자 모두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복잡하고 민감한 이슈인 탓에 지난 수십년간 개혁다운 변화를 맞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노동개혁을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고령화·저출산으로 저성장이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더이상 노동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취지다.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 노동조합 법치주의 확립은 시대적 과제다. 하지만 항상 개혁은 기득권의 반대에 부딪힌다. 특히 직무성과급으로 대표되는 임금 개편은 근로자의 삶과 직접 맞닿아있는 문제인 만큼 거대 노조뿐 아니라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아시아경제는 직무성과급을 둘러싼 사회 각층의 의견과 오해를 심층 분석해 우리 경제·사회에 맞는 방식의 임금체계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한국은 직무성과급 쪽에선 '무덤'입니다. 중국은 상당수 기업들이 이미 직무급을 도입했는데, 텐센트 같은 곳은 한국은 물론 미국 실리콘밸리보다도 직무성과급 체제가 강합니다. 다국적기업 입장에선 임금도 높고 경직성도 큰 한국에 투자하는 대신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A임원)


[직무성과급 해법]①다국적기업, 韓 대신 中 간다…"한국은 직무성과급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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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본격화…'직무급' 변화 필연적

한국이 올해부터 1%대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호봉제'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기업의 임금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계속 하락하고 있으니, 근무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연공서열형 체제를 더이상 유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강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최근 공급망 불안 해소를 위한 제조기업 유치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무성과급은 근로자가 조직 안에서 행하는 직무의 가치와 성과에 따라 급여를 차등화하는 임금체계다. 호봉제는 직무, 성과와 무관하게 매년 오르는 호봉에 따라 기본급을 높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가치의 업무를 수행해도 연차가 같으면 동일한 임금을 받지만, 직무성과급은 그렇지 않다. 근로자가 맡은 직무의 특성과 성과가 임금에 크게 반영돼, 일한 만큼 합리적인 대가를 받을 수 있으며, 이는 근로자 스스로 자기 계발과 성과 창출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역시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여러 기업들이 직무, 성과에 따른 임금 차등화를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하면 호봉제가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지난해 6월 고용부의 사업체 노동력 부가조사에 따르면 전체 산업에서 호봉급과 직능급 운영 비율은 13.7%를 차지했고, 직무급은 10.8%에 그쳤다. 노동조합이 있는 10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호봉급이 80.6%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직무급은 34.5%, 직능급은 23.3%에 불과했다. 시장 영향이 큰 대기업일수록 호봉제 비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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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면 같은 월급?…"중국은 달라"

과거 우리나라가 급격한 성장기일 때는 호봉제로 인한 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무역수지 적자 누적 등으로 성장률이 크게 하락하면서 직무성과급 도입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대내외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기업의 이익은 주춤하는데, 임금은 이와 무관하게 꾸준히 올라가는 구조이다보니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업계에선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들 만큼 경직적인 임금체계로 인해 다국적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이 약해지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저성장 국면에 돌입하게 되면 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해왔던 것에 더해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활약해야 하고, 중소기업도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혁신과 고품질을 이뤄내야 하는데, 성과보상과 동기부여 측면에 있어서 지금의 연공급 체계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중국 제조 기업은 영업과 연구개발(R&D) 직무가 임금을 100을 받는다면 구매 직무는 80을 받는데, 우리나라는 공채 문화가 강하다보니 직무와 무관하게 동기면 같은 기본급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과 측면에서도 중국 구매 담당자는 재료비율 등 성과에 따라 보상이나 불이익을 비교적 크게 받지만, 한국 구매 담당자는 계약 비용을 깎는 등 성과를 내더라도 통상 합당한 보상 체계가 따라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특정 직무의 불만이 쌓이고, 이는 결국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직무·성과에 따른 유연한 임금체계가 잘 자리잡았고, 이것이 저렴한 인건비와 맞물려 외국계 기업의 투자를 더욱 촉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임원은 아시아경제에 "중국에 있는 기업에 가보면 동기라도 하는 직무가 다르면 연봉에 차이가 있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며 "지금 중국을 휩쓸고 있는 기업들은 직무성과급이 자리를 잡았고, 오히려 일부 기업은 미국 기업보다도 보상 체계가 더 강력하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 황푸강변의 와이탄(外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황푸강변의 와이탄(外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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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적 임금 깨야 글로벌 기업 유치 가능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심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리쇼어링(해외 진출 제조기업의 국내 복귀)'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임금과 같은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 선결 과제라는 의견이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 중 90% 이상은 국내 복귀에 부정적이었는데, 이 중 상당수는 높은 인건비를 이유로 들었다. 경총 관계자는 "연공급 중심 고임금 체계를 생산성 향상에 부응하는 직무, 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 봉쇄 경험과 인건비 상승, 미국과의 갈등으로 최근 중국에 사업장을 둔 글로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탈(脫)중국'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 노동개혁만 잘 추진한다면 이들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데에도 성과를 낼 수 있다. 한국은 '빅마켓'인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기술력, 소부장 생태계가 비교적 뛰어나고 문화·종교적으로도 안정적인 편이지만 높은 인건비와 경직적인 고용 환경, 과격한 노조 등은 단점으로 꼽힌다.


다국적기업 한국지사의 경우 특수한 임금체계 때문에 본사로부터 인원 조정과 같은 압력을 받기도 한다. 저연차 직원은 50 정도의 임금을 받는데, 그보다 성과가 적은 부장급 직원은 100을 훌쩍 넘는 임금을 받다 보니 직무급이 중심인 본사에선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회사 관계자는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한국의 특이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원을 조절하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출신 B교수는 "인사 관리라는 것이 채용부터 퇴직까지 연관돼 있고 역사성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임금체계만 뚝 떼놓고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그렇기 때문에 한번에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호봉이나 근속의 비중을 점점 줄이고 직무나 숙련의 가치 비중을 더 넓혀 나가려는 노력도 개선이라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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