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부동산 민심의 결과
급격한 세 부과에 강남 중심 주민들 반발 커져
통화가치 하락·물가 상승에도 과표구간은 그대로 '비합리적'
美 캘리포니아주는 재산세 부과기준 주민발의로 구매시점으로 변경

[최준영의 도시순례] 인플레와 보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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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는 많은 뒷이야기를 남겼다. 전국 단위 투표에서 0.73%포인트라는 미세한 격차로 승부가 났다는 점이 주된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지역별로 나타난 투표 경향 역시 관심을 끌었다.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서울을 꼽을 수 있다. 두 후보 간의 투표구별 우위는 정확히 주택가격과 일치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한강변 그리고 강남 3구와 여의도 등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고가 주택 밀집 지역과 새롭게 부상한 뉴타운 지역에서의 윤석열 후보에 대한 선호는 뚜렷했다. 반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권역으로 분류되던 지역 가운데 재개발 및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과거와 비교해 지지세가 약화하거나 역전되기도 하였다. 부동산 투표 또는 계급투표라 부를 만한 결과였다.


서울의 투표 결과에 대해 다양한 추정이 있었지만, 보유 주택의 세금 증가에 따른 불만의 표현이라는 분석은 일정부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택가격 안정을 목표로 세제를 주요 정책 수단으로 동원하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증가를 도모했는데 이로 인한 부담 급증이 서울 유권자들의 불만을 가중했다는 것이다.

추진 과정에서 급격한 부담 증가를 우려한 정부와 여당은 1주택자들에 대한 재산세 감경과 종합부동산세 과표구간 조정 등을 통해 부담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대상이 얕고 넓었기 때문에 혜택을 받은 세대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지만, 부담이 증가한 세대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다주택자에 대한 부담 가중 역시 노후 대비 등을 명목으로 비핵심지 중저가 주택을 다수 소유한 세대도 대상이 되면서 불만을 가중했다. 결국 세 부담이 늘어난 계층의 적극적 반대와 불만이 표출되면서 과거와 다른 투표 경향을 만들어낸 것이다.


고가 자산 보유자 및 자산 가격 상승의 혜택을 누린 계층에 대한 세 부담 증가는 당연하고 정의롭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경제적 상황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판단되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자산 가격은 지속해서 상승하게 되는데, 이때 과표구간이나 세율조정이 없거나 오히려 세율 상승 등을 도모하면 과도한 세 부담 증가는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원래 재산세를 포함한 보유세의 경우 과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금본위제 시대에 등장한 개념이다. 물가 상승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단 정해진 재산세는 큰 변화 없이 징수되었으며 예측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대공황 이후 금본위제가 폐지되고 1970년대 이후 불태환 화폐를 축으로 하는 관리통화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통화가치의 하락과 물가 상승은 필연적인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주택과 토지 등 자산 가격은 본질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맞춰 정률로 세금이 부과되면 소득보다 세 부담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문제가 확대된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토지와 주택에 대한 세금 징수는 기준가격 설정이라는 근본적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가격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영되지만, 과표나 세율은 그만큼 빠르게 변화할 수 없기 때문에 과세에 대한 정치적 저항은 필연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공시지가를 산정하여 이를 토대로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더욱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1970년대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고 상대적으로 낮은 재산세율 등을 부과하였기 때문에 자산 보유에 따른 세 부담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은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물가 상승과 실업률 증가 등으로 인해 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정치적 이슈로 대두되었고 결과적으로 정치 지형의 변화를 가져왔다. 대표적인 지역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였다.


캘리포니아주는 1970년대 토지와 주택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재산세의 폭등을 가져왔는데 납세자로서는 이러한 상승을 예상하지 못하였고, 감당하기 어려웠다. 보유한 자산 가격이 상승했다고 해서 증가한 세금을 납부할 만큼 소득이 늘어난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주택과 토지에 부과되는 재산세의 경우 금융자산과 부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든 부동산 소유에 과세하기 때문에 체감하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불만이 정치적으로 확대되면서 캘리포니아주는 주민발의를 통해 대폭적인 세제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재산세 부과 기준은 구매 시점의 가격이며 재산세 상한은 1%로 하는 현재의 캘리포니아주 재산세 부과의 원칙은 이런 배경 속에서 등장했다. 1978년 주민발의를 통한 세제 변화의 성공은 낮은 세 부담을 강조하는 보수 세력의 승리였으며, 이는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승리와 이어진 공화당 정권의 장기집권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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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다주택 보유를 규제하는 것이 주택시장 안정화의 필수요건이었다면 모든 주택소유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재산세가 아닌 주택 구매 시에만 영향을 주는 취득세를 중과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뒤늦게 다주택 보유의 경우 취득세율이 최고 12.8% 수준까지 상향되면서 다주택 보유 흐름은 한순간에 잠잠해졌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서 주택과 관련된 세제 개편을 준비할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제도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경직된 현행 과세 체제를 고수하면 문제는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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