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지지 릴레이' 두고 여야 설전
"말 못 하는 동물 정치 이용" vs "동물권에 도움 돼"
애견·애묘인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견 엇갈려
일각선 "홍보 넘어서 제대로 된 토론 있었으면" 지적도
전문가 "정치권서 동물권 논의되는 것은 희망적"
"인간·동물 복지 개선 위한 심층적 정책 나와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부터 시작한 '반려동물 지지선언 릴레이' 포스터 / 사진=고민정 페이스북 캡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부터 시작한 '반려동물 지지선언 릴레이' 포스터 / 사진=고민정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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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반려동물을 이용해 자신의 지지 정당·후보 등을 홍보하는 행위는 동물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일일까.


최근 정치권에서 '반려동물을 동원한 선거 운동'을 두고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동물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고민정 의원이 '반려동물 이재명 후보 지지 릴레이'를 시작하자, 야당에서 이를 두고 "동물권을 존중하지 않았다"며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정치권을 넘어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일각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을 정치와 선거에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 반면, 이같은 홍보 활동을 통해 정치권에 동물권 이슈를 부각할 수 있다면 충분히 긍정적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고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려동물 지지선언 릴레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릴레이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동물 주인들이 자신의 반려동물 이름을 빌려 지지 운동에 나서는 방식이다. 반려동물의 사진과 함께 이름과 나이, 이 후보 지지 이유까지 상세히 설명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고 의원은 동물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 사진=이준석, 고민정 페이스북 캡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고 의원은 동물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 사진=이준석, 고민정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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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의원은 "(반려동물들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동물의 고통을 걱정하는 진정한 일꾼이라서', '더 많은 반려견 놀이터를 위해서' 등 다양하다"라며 "링크를 통해 반려동물의 사진, 이름, 지지하는 이유 등을 담고 지지선언 메시지를 남겨달라"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선거운동을 두고 야당에서는 즉각 비판이 나왔다. 말도 통하지 않는 동물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지금까지 저희는 자영업자, 은퇴 계층, 학생, 가정주부 등 유권자에게 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동물에게는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받는 듯 하다"라고 비꼬아 비판했다.


이어 "당 대표로서 동물에 대한 선거운동을 지시할 계획은 없다. 컨셉질보다는 사람이 먼저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반려동물은 의사 표현을 한 적이 없다. 그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이 모순이고, 어쩌면 그 반려동물들은 성남시에서 기르던 행복이의 운명을 안다면 안티 이재명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16일에는 "동물을 선거운동의 도구로 쓰는 것 자체가 동물권에 대한 몰이해다. 민주당이 낸다는 반려동물 정책이라는 것에 대해 동물의 의사표시가 있을 수도 없다"라며 재차 비판하자, 고 의원은 "그 당 대표는 한가한가 보다. 지금 대통령 선거인 걸 모르나, 국민들이 보고 싶은 것은 '고민정vs이준석'이 아니라 '윤석열vs이재명'의 정책 토론"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성남시가 입양한 유기견 행복이. 당시 행복이는 '안전 파수꾼' 겸 '유기견 입양 홍보도우미'로 나섰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4년 성남시가 입양한 유기견 행복이. 당시 행복이는 '안전 파수꾼' 겸 '유기견 입양 홍보도우미'로 나섰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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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지지선언'을 두고 불거진 설전은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반려묘를 키우고 있다는 20대 대학생 A씨는 "동물 복지 정책을 홍보하겠다면서 동물을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선거 운동에 이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정치인들의 이런 무책임한 자세를 보고 동물 주인들이 어떻게 믿고 지지해 줄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직장인 B씨(31)는 "굳이 동물 이름을 안 쓰고 동물 주인들의 지지 표명으로 했어도 충분히 의견 전달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이벤트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수많은 동물들이 인간의 학대로 고통받는 게 문제가 되는 시점에, 동물을 인간 마음대로 이용하는 것 같아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는 또 다른 30대 회사원 C씨는 "동물권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동물권 문제를 주요 정치 안건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그러려면 '반려동물 릴레이'처럼 눈에 띄는 이벤트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본다"라며 "완벽하지는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동물권을 가시화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을 당 대표쯤 되는 사람이 '컨셉질'이라고 폄하하는 게 오히려 훨씬 불편하다"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반려동물을 이용한 홍보보다 동물 보호와 복지 강화에 대한 성숙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20대 직장인 D씨는 "가끔 정치인들이 동물을 이용해 홍보를 한 뒤 사후 대책은 제대로 하지 않아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지 않나"라며 "이런 동물권 논쟁도 겉핥기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동물을 학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뭔지, 심층적인 분석과 토론으로 이어졌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20년 6월2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평화안보수련원에 있는 우리 안에 풍산개 '햇님'이가 앉아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6월2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평화안보수련원에 있는 우리 안에 풍산개 '햇님'이가 앉아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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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이 후보는 지난 2014년 성남시장이었을 당시 성남시가 동물보호단체 '카라'로부터 유기견 '행복이'를 입양한 바 있다.


그러나 4년 뒤인 2018년 경기지사로 당선되면서 행복이를 함께 데려가지 않아 파양 논란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당시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행복이 입양은 성남시가 한 것이지 시장 개인이 한 게 아니다. 경기도로 데려오고 싶어도 개인 소유가 아니어서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후 성남시청은 행복이를 카라로 돌려보냈고, 행복이는 그곳에서 머물다가 새로운 주인에게 다시 입양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자신의 반려견 '곰이'가 출산한 새끼 6마리를 서울 인천 등 지방자치단체에 분양해 일부 애견인들 사이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곰이의 새끼들은 지자체를 통해 다시 동물원·수련원 등으로 보내졌는데, 인간과 정서적인 교감이 강한 개 특성상 이런 조처는 심리적 부담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당시 녹색당은 논평을 통해 "인간과 교감하고 사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개'의 본성을 고려할 때 새로 태어난 강아지들을 동물원에 보낸 것은 반생명적이며 반동물권적"이라며 "열악한 사육환경과 비전문성, 관리 소홀로 여러 동물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는 정당과 대선 후보가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본질적인 동물 복지 개선을 위한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고 의원과 이 대표의 논쟁을 포함해, 최근 정치권에서 1500만명의 반려동물 주인들을 고려한 동물권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보다 구체적인 동물 관련 공약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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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난 정부에서 논쟁의 대상이 됐던 개·고양이 식용 문제를 포함해, 동물 학대 문제 등에 관한 폭넓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또 대부분의 동물 관련 공약이 반려동물에 치중돼 있는데, 국내에는 식용, 야생동물도 대단히 많다. 이런 동물들까지 아우르는 동물 정책이 개발돼 인간과 동물 모두의 복지를 개선할 수 있는 20대 대통령이 선출되길 희망한다"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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