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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남겨야" VS "가혹하다" '학폭 가해 이력 삭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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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교폭력 가해 이력 삭제할 수 있는 조치, 재검토하겠다"
"피해자에 씻을 수 없는 상처, 지우면 안된다"
"어린 나이, 반성의 기회 줘야"
전문가 "가해 이력 기록하면 학폭 예방에 효과 있어"

학교 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며 '학폭 가해 학생의 조처 이력'을 삭제할 수 있는 방침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학교 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며 '학폭 가해 학생의 조처 이력'을 삭제할 수 있는 방침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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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주미 기자] 학생부에 기록된 학교폭력 가해 이력을 삭제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교육부가 재검토에 나선 가운데,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학폭 피해자는 평생을 고통 받을 수 있는 만큼 가해 기록을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어린 나이부터 폭력 가해자로 낙인찍는 조치는 교육적 선도 측면에서 옳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교육부는 지난 15일 학생부에 기재된 가해학생 조치를 졸업할 때 삭제하지 못하거나 삭제하더라도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시·도교육청과 학생·학부모·교원 등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제도 개선에 나선다.

현재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에 대한 조치는 졸업 이후나 졸업과 동시에 삭제가 가능하다. 1~9호까지 있는 조처 중, 4(사회봉사)·5(특별교육·심리치료)·6(출석정지)·8호(전학) 조처는 학생부에 기록되지만 졸업 후 2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된다.


소속 학교 전담 기구의 심의를 거치면 졸업과 함께 기록을 없앨 수 있다. 9호에 해당하는 퇴학 처분만 삭제할 수 없다. 1~3호에 해당하는 경미한 조처는 1회에 한해 학생부 기재가 유보된다.


◆ "피해자는 평생 고통 속에 ... 이력 남겨둬야"

2014년부터 시행된 가해학생 조치 이력 삭제 조치는 최근 연예계와 스포츠계 중심으로 이른바 '학폭 미투'가 터지면서 도마에 올랐다. 잇따라 발생한 '청학동 서당' 폭력 사건 등은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학폭 수위가 점점 심각해지고, 피해자에게 지울 수 있는 상처를 남길 수 있음에도 이력을 삭제하는 조치는 일종의 면죄부일 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해 들어 삭제 방안을 개선해달라는 청원이 3건 올라왔다. 지난 2월25일 게시된 '졸업과 동시에 가해학생의 학폭위 기록 삭제 규정을 없애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이 중 하나다.


학생간 폭력 문제가 불거진 경남 하동의 청학동 서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학생간 폭력 문제가 불거진 경남 하동의 청학동 서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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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인은 "학폭을 저질렀으면 최소한 생활기록부에 흔적은 남아야 하지 않나"라며 "피해자 가족은 평생 고통 속에 원망과 원한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가해학생의 학폭위 처벌 기록이라도 남아있어야지 왜 삭제하냐"고 비판했다. 이어 "가해학생의 몇 호 이상의 학폭위 처벌 기록은 졸업 후 생기부에서 삭제하지 않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학교폭력 당사자인 학생들 사이에서는 최근 논란 이전부터 가해 이력 삭제 조치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었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발표한 '학교폭력사건 처리절차 및 과정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폭 가해 학생의 선도조치 생기부 기재를 지우는 방안에 대해 학생 약 74%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 "낙인 우려... 기록 남기는 대신 교육적인 방법으로 대응해야"


일각에서는 이 같은 규정을 두고 사회생활 시작부터 가해자라는 꼬리표를 닮으로써 반성 기회조차 주지 않는 비교육적 처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학과 취업 등 미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교육현장 내에서는 선도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직 중학교 교감인 이 모(57)씨는 "성장 과정인 청소년 시절의 문제로 가해자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면 본인 인생의 희망을 잃고 외려 더 나쁜 길로 빠질 수 있다"며 "잘못을 저지른 아이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선도하는 것이 교육이고 학교다. 매우 심각한 사안인 경우 이력을 남겨두는 조치는 경각심을 준다는 점에서 고려할 수 있지만, 모든 조처를 남겨두는 방침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목소리는 2012년 3월 학교폭력 가해 조치 이력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침이 발표됐을 때부터 나왔다. 당시 교육계에서는 당해 수시모집 전후로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학생부 기재를 거부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방침을 지시한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는 등 논란이 커졌었다.


교육부가 학생부에 기록된 학교폭력 가해 이력을 삭제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재검토에 나섰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교육부가 학생부에 기록된 학교폭력 가해 이력을 삭제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재검토에 나섰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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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8월 인권위도 학생부 기재 방침에 대해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인권위는 당시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고 초·중등교는 졸업 후 5년 동안, 고교는 졸업 후 10년간 보존토록 한 것은 입시와 취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두 번의 일시적 문제행동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어 과도하다"며 졸업 전 삭제 심의제도나 중간삭제 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교육계의 반발과 인권위 결정 등 갈등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이듬해 3월 당초 5년이었던 기록 보존 기간을 현행 2년으로 줄였다. 졸업 후 삭제 조치도 이때 도입됐다. 이번에 삭제 지침이 불가능하도록 바뀌거나 요건이 강화된다면 변경된 조치가 또다시 바뀌는 셈이다.


전문가는 학생부에 이력을 남겨두는 방침이 학교 폭력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이종익 푸른나무 청예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 사무총장은 "'학교 폭력을 저지르면 안된다, 남을 괴롭히는 일은 옳지 않다'라는 사회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생활기록부에 가해 기록을 보존해둔다면 진학과 취업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만큼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장은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어릴 때 상처로 평생을 고통스러워 하기 때문에 피해자 측면에서도 이력을 남겨두는 방침이 필요하다"며 "다만, 선도 프로그램 등 가해학생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제도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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