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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자식은 천륜’ 50년 생이별한 母子 찾아준 공무원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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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금 광주 서구 화정1동 주무관]

커뮤니티사이트 사연보고 글쓴이와 연락…‘어머니 찾기’ 돌입

상봉 주선 ‘적극 행정’ 귀감…아들, 쌀 70포 기부 고마움 표시

이재금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1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이재금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1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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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부모와 자식은 ‘천륜’. 수십 년을 생이별했어도 이들의 재회는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었다.


광주지역에서 한 공무원의 도움으로 부모와 자식이 생이별한지 50년 만에 최근 극적으로 상봉해 화제다.

50년 만의 만남을 성사시킨 주인공은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1동 행정복지센터에 근무하는 이재금 주무관.


이재금 주무관의 헤어진 가족 찾기는 최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50년 전 헤어진 어머니를 찾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는 단 한 줄의 제목 때문이었다.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손에 움켜진 마우스는 자연스레 제목을 향해갔고 그는 무슨 사연인가 싶어 클릭했다고 한다.

이 글을 작성한 50대 남성 A씨의 사연은 이렇다.


A씨는 자신이 생후 7개월이 됐을 무렵, 가정사로 인해 어머니와 생이별을 하게 됐고 이후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할머니 손에 자랐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할머니 손을 잡고 경기도 포천에서 딱 한번 어머니를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24살이 됐을 때 이부동생이라는 어머니의 딸이 찾아와 “엄마가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전했다.


유년시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어머니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을 법도 하련만, 장성하고 나서야 만나자는 어머니의 한마디가 그렇게 싫었다고 한다.


A씨의 가슴 한 구석엔 이미 어머니는 곧 미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그 딸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만큼 두고 48살이 돼 그때 볼 수 있으면 보자”며 매몰차게 보냈다고 한다.


A씨의 매몰찬 그 한마디는 26년이 지나도록 연락처조차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머니와 멀어진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그도 그렇게 이부동생을 보낸 것이 지금까지 가장 후회하는 순간이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었다. 26년이 지날 무렵 그는 멀어진 어머니의 소식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어떻게 수소문을 해야 할지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커뮤니티사이트에 글을 적게 됐다.


간절하면 이뤄진다했던가. ‘은인’이 된 이 주무관이 보게 됐던 것이다.


이 주무관은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제적등본을 이용해서 찾을 수도 있다’는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인연이 될 운명이었는지 이른바 ‘눈팅’만 했던 이 주무관도 커뮤니티사이트에서 올린 첫 댓글이었다.


하지만 며칠 뒤 A씨로부터 온라인을 통한 쪽지하나를 받았다.


‘제적을 떼서 살펴본 결과 너무 오래전 기록이라 그런지 어머니의 본적이 불명이고 주민번호도 기재돼 있지 않아 어렵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A씨와 연락을 하면서 각종 서류 등을 받고 A씨의 어머니를 찾을 방법을 계속해서 찾았다.


이 주무관도 한계는 있었다. 서구청 본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데다 행정적으로도 자신의 공식 업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A씨의 간절함은 이 주무관의 배경도 바꿨다. 올해 상반기 인사에서 행정복지센터로 발령이 나면서 본격적으로 찾기에 돌입할 수 있었다.


인사 이동이 있었던 주 주말, 이 주무관은 사무실로 향했다. A씨의 고향인 전남 영광군 등록기준지, A씨의 어렴풋한 기억 등을 종합해 조회를 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어머니로 추정되는 70대 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주무관은 최대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방공무원 적극행정 운영규정’을 바탕으로 A씨의 어머니를 찾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후 양측이 연락할 수 있게 다리를 놨고 지난 16일 50년 전 생이별했던 어머니와 아들은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


다가오는 설날 4일 전이 어머니의 생신이라 아들이 집에 초대를 해 첫 생신상을 차려드릴 것이라는 행복한 이야기도 전해왔다.


50년 만에 어머니를 찾은 A씨는 지난 25일 어려운 아이들에 전해달라며 쌀 10㎏들이 70포대를 이 주무관이 근무하는 화정1동 행정복지센터에 기부했다.


A씨는 자신의 어린시절과 같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평소에도 후원 등 나눔활동을 꾸준히 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생업을 뒤로하고 생면부지의 사연에 도움을 줘 감사할 따름이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주무관은 “칭찬을 받고자 한 일이 아닐뿐더러 칭찬을 받을 만한 일을 한 것도 아니다”면서 “50년 간 못했던 부모·자식 간의 정을 나눌 수 있게 됐다면 그걸로 됐다”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윤자민 기자 yjm30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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