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부동산 정책, 정치적 수단 이용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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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7ㆍ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2주도 지나지 않았는데 워낙 뒷말이 많다 보니 두 달 이상 지난 것 같다. '주택시장 안정화'가 진정성 있는 목표였는지에 대한 의구심만 잔뜩 키워놨다.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ㆍ단기 거래에 대한 부동산 세제 강화, 임대아파트 등록 임대사업자제도 개편, 서민 실수요자 부담 경감, 실수요자 주택 공급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가 핵심이다. 주택을 사지도, 팔지도, 보유하지도 못하게 중과세를 함으로써 다주택자를 포함한 투기 세력의 불로소득이 원천적으로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중과세는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보유자의 피해에 그치지 않고 어렵게 내 집 한 채 마련한 서민들에게도 세금폭탄이 되고 있다. 9억원이 넘는 주택 소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징수액이 지난해 42.6%나 증가했는데 올해 더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된다. 주택 보유자 가운데 84%가 1주택자인 상황에서 집값 급등과 14% 넘는 서울 지역 주택 공시가격 인상은 대다수 주택 실수요자의 세금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대다수 서민에게 세금 부담을 전가하는 부동산 세제 개편은 조세 저항을 불러오게 된다. 조만간 국회에서 통과될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세 가격이 갑자기 폭등하고 매물이 실종되면서 오갈 데가 없어진 서민들이 속출한다. 주택 수요자가 원하는 공급에 대한 방안이 빠진 상태에서 징벌적 수요 억제책만 내세우다 보니 정책 효과가 나타날 리 만무했다.


부동산이 정치의 영역이 돼버렸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는 것도 확인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물론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부총리, 국무총리, 심지어는 경기도지사와 유력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부동산 대책에 대해 한마디씩 하며 시장 혼란을 가중했다. 이 와중에 법무부 장관은 엉뚱하게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해야 한다는 '금부분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갑작스럽게 '전면적 행정수도 이전'을 들고 나왔다. 집값 안정보다는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여당의 당권 주자들은 물론 국회의장까지 나서 행정수도 완성을 언급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세종 아파트값이 들썩인다. 대통령의 '태릉 골프장 개발 검토'란 말 한 마디에 이 지역 아파트값도 폭등할 기세다. 말로는 투기 세력을 잡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투기를 부추기는 발언들이 난무하니 부동산 대책이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핀셋 규제는 결과적으로 핀셋 가격 폭등을 유발했다. 징벌적 과세와 일관성 없는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은 장기 집권을 위한 편 가르기 정치 수단으로 전락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과 주거 안정은 이미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유력자들의 말 한마디에 출렁이는 취약한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계층은 대출마저 막힌 돈 없고 정보 없는 일반 서민들이다.


국제금융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7.9%로 39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가계부채 규모도 1600조원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부채 중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돌리기를 하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덮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부동산 정책을 정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멈추고,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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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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