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휴대전화 훔쳐보는 '흘깃족'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카톡 대화 옆 사람이 몰래 보고 있다면
많은 사람 밀접한 대중교통
노골적으로 지켜보는 시선…일종의 '관음증·NO 매너'
"시선 둘 곳 없어 본 것 뿐" 무의식 행동 과도한 신경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승객들이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왜 남의 휴대폰을 유심히 들여다보는지 모르겠어요."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남의 휴대전화 화면을 몰래 훔쳐보는 행위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다. 이른바 '흘깃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무의식적 행위에 대한 과도한 신경전이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흘깃족에 불만을 느낀 이들은 시청 중인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은 물론 사적인 카카오톡 대화의 내용까지 노골적으로 지켜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주로 지적한다. 평소 버스로 출퇴근을 한다고 밝힌 3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출근할 때 지인들과 카톡을 하곤 하는데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한 아저씨가 대화창을 몰래 훔쳐보는 걸 확인했다"며 "너무 소름 돋아서 그냥 화면을 꺼버렸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B씨는 "유독 다른 사람의 전화기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건 매너의 문제"라고 일갈했다. 이어 "휴대폰의 사용과 관련해선 대부분 사생활에 해당되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남의 휴대폰 화면을 지켜보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와 달리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 의도적이지 않게 밝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시선이 향하는 경우가 있으나 사적인 문자 대화를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행위는 좀처럼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많은 사람이 밀접해 있는 상황에서 마땅히 시선을 둘 데가 없어 나오는 행동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노안이 있는 연령층이라면 작은 글씨를 볼 만큼 시력이 좋지 않기에 화면 내용을 샅샅이 훔쳐볼 수 없다는 주장까지 제기한다.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몇 번 본 사례가 있다고 밝힌 40대 직장인 C씨는 "일부러 몰래 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며 "눈앞에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시선이 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예 대놓고 보는 사람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일종의 관음증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흘깃족이 워낙 많다 보니 핸드폰 액정 화면에 사생활 침해 방지용 필름을 부착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프라이버시 필름을 붙였다는 20대 직장인 D씨는 "필름을 부착한 후 마음이 좀 놓였다"며 "지인들에게도 이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