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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계 이단아'의 미친 마케팅…10년만에 기업가치 2.2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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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수제 맥주회사 브루독, '푸틴·트럼프 조롱 마케팅'으로 유명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 조달, 주주총회 대신 맥주 파티
"다른 회사는 고객을 가졌지만 브루독은 팬을 가졌다"

브루독이 주주들에게 주는 카드 [출처=브루독 페이스북]

브루독이 주주들에게 주는 카드 [출처=브루독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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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한꺼번에 조롱한 겁 없는 회사가 있다.


반(反) 동성애법을 통과시킨 푸틴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 제품 이름을 '안녕, 내 이름은 블라디미르야(Hello, My name is Vladimir)'라고 지어 러시아 크렘린궁에 전달했고,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점을 비난하기 위해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Make Earth Great Again)'라는 제품을 만들어 백악관에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2015년 대선 출마 당시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에서 따온 것이다.

이렇게 간이 큰 회사는 바로 스코틀랜드 출신 두 친구가 설립한 영국 수제 맥주회사 '브루독(BREWDOG)'이다. 브루독은 2007년 혜성같이 등장해 창립 10년 만에 유럽 1위 수제맥주 브랜드로 성장했다. 영국 식음료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기업으로 꼽힌다.


브루독의 공동 창업자인 제임스 와트와 마틴 디키는 2007년 창립 당시 24살이었다. 초기 자금은 고작 3만 파운드(약 4480만원)이 다였고, 직원은 고작 둘이 키우던 골든 래브라도 강아지 한 마리였다. '술 만드는 개(BREW DOG)'라는 이름과 짖는 개 모양의 로고가 탄생한 배경이다.


브루독은 국내 이태원점을 비롯해 전 세계 60여 개 매장을 거느린 기업 가치는 15억 파운드(약 2조 2400억원)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푸틴을 조롱한 '안녕 내 이름은 블라디미르야' / 트럼프를 풍자한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 [출처=브루독 페이스북]

푸틴을 조롱한 '안녕 내 이름은 블라디미르야' / 트럼프를 풍자한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 [출처=브루독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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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맥주 회사들은 고객을 가졌으나 브루독은 팬을 가졌다"

이들의 놀라운 성장을 뒷받침해준 건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다. 여러 소액 투자자들의 돈을 모으는 방식인데 상장을 하지 않아도 일반인이 브루독에 투자하고 주주 권한을 갖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첫 펀딩은 2009년. 1329명이 투자했고, 7만5000파운드(약 1억1200만원)를 모았다. 이후 루독의 펑크 정신을 담아 '에쿼티 포 펑크(Equity for punk)'라는 이름의 크라우드 펀딩을 5번 더 진행했다. 총 9만 명이 브루독에 투자했다. 처음 투자한 주주들은 230파운드(약 34만원)였던 주식가치가 7년 만에 6360파운드(약 950만원)로 오르면서 2665% 이상의 수익을 봤다.


너도나도 브루독의 주주가 되려는 이유는 단순 수익률 때문만은 아니다. 브루독의 주주에 대한 대접 때문이다. 브루독은 주주에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ID카드를 발급한다. 주주들은 이 카드로 ▲브루독 온·오프라인 매장 평생 할인 ▲생일 맥주 무료 쿠폰 ▲한정판 맥주 출시 시 선구매 혜택 ▲양조 행사 및 주주총회 축제 참가 자격 등의 혜택을 누린다. 사실상 VIP 카드인 셈이다. 펀딩 최대금액인 5만 파운드(약 7500만원) 투자 시 생맥주 탭 3개와 병맥주 보관 냉장고가 달린 ‘브루독 바’를 선물해 준다.


정기 주주총회도 남다르다. 2010년 첫 주주총회부터 지금까지 주주총회는 주주들이 맥주 한 병씩 들고 록밴드 음악을 즐기는 파티 분위기로 이뤄진다. 이런 주주에 대한 남다른 대접이 주주를 팬으로, 팬을 주주로 만들고 있다. 실제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다른 맥주 회사들은 고객을 가졌으나 브루독은 팬을 가졌다"고 평하기도 했다.

'맥주계 이단아'의 미친 마케팅…10년만에 기업가치 2.2조원 원본보기 아이콘

맥주계의 이단아, 괴짜 CEO의 '미친 마케팅'

맥주 이름으로 푸틴과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한 것으로 잘 알려진 브루독은 일명 '미친 마케팅'으로 맥주계의 이단아로 불린다. 사실 이 정도 조롱은 브루독에서는 장난 수준이다. 브루독은 회사의 주주들과 함께 탱크로 런던을 활보하거나 헬기에서 타사 맥주를 떨어뜨리는 등 다소 과격한 퍼포먼스를 하기도 한다. 기성 맥주 업계를 부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한 번은 난쟁이를 고용해 영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작은 사이즈 컵(파인트의 2/3 크기)을 맥주잔으로 허용해 달라는 요구를 한 적도 있다. 이 모든 마케팅은 브루독의 창업자이자 괴짜 CEO(최고경영자) 제임스 와트의 머리에서 나온다.


국내에서도 맛없는 맥주를 가져오면 브루독의 '가장 맛있는 맥주'로 바꿔준다는 도발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일명 '맛 없는 맥주 자진 신고' 마케팅이다. 먹어보지 않으면 차이를 알 수 없다는 취지에서 시작 된 이 이벤트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맛없는 맥주를 매장으로 가져오면 브루독에서 가장 맛있다고 자평하는 펑크IPA 맥주로 교환해 주는 방식이다. 당시 브루독코리아 측은 "한국에서는 그나마 순화해서 진행 중인 마케팅"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브루독 에어라인 [출처=브루독 공식 홈페이지]

브루독 에어라인 [출처=브루독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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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원하는 건 뭐든지, 호텔·항공기도 OK

브루독은 고객이 원하는 건 뭐든지 한다. 지난해 8월에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양조장에 '도그하우스'라는 호텔을 오픈했다. 브루독 팬들이 ‘맥주호텔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던진 게 현실이 됐다. 양조장이 보이는 방에는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브루독 바가 마련돼 있고 이곳 투숙객들은 양조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도 있다. 심지어 모든 식단은 맥주에 어울리도록 짜여져 있고 맥주 자쿠지나 맥주 효모로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브루독은 한 발 더 나아가 세계 최초로 양조장까지 운행하는 '브루독 에어라인'이라는 항공사를 만들었다. 지난 2월 브루독 주주 200명과 양조장 직원, 기자 등 250명을 태운 브루독 에어라인이 처음 하늘을 날았다. 3만5000피트 상공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를 따로 만들어 승객들에 나눠줬고 브루독 로고가 새겨진 담요와 모자, 토트백 등 어메니티 키트도 마련했다.


하지만 브루독의 행보를 비난하고 만류하는 이들도 많다. 일각에서는 브루독이 대기업 대열에 합류하면서 독창성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제임스 와트는 이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브루독이 대기업이 되면 표준화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린 그런 고정관념을 부술 거다. 더 혁신적이고, 더 투지를 불태우고, 더 선두에 서는 기업이 될 거다"라고 단언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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