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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마약 쇼핑, 빛바랜 ‘마약 청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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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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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와 가수 박유천(33), 방송인 하일(61)이 줄줄이 마약 관련 사건에 연루되면서 사회적 파문이 커지고 있다.


가수 정준영(30·구속)이 있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마약을 의미하는 은어가 오간 정황도 나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당시 이 채팅방에는 가수 로이킴(26·본명 김상우), 빅뱅 전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 등 다수의 연예인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수사 결과에 따라 마약 공급 또는 투약 혐의로 입건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누구든지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환경도 이번 마약 파문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마약 판매 광고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 각종 SNS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11일 기준 SNS에서 마약 은어의 일종인 ‘○○○’를 검색해보니 수십 건의 관련 정보가 쏟아졌다. ‘○○○’는 주사기를 통해 투약하는 필로폰을 의미한다.

그런가 하면 필로핀 가루인 ‘★★★’, 또 다른 필로핀을 의미하는 ‘□□□’, ‘■■■’, ‘△△△△△’ 등 각종 은어도 쉽게 노출됐다.


또 마약을 투약하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하자’, ‘○○○’ 역시 쉽게 볼 수 있다. 성범죄와 관련이 있는 ‘◇◇’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은 상대방의 술 등에 마약류를 몰래 넣어 마시게 한다는 은어다. 최근 클럽 버닝썬에서 큰 논란이 된 바 있는 ‘물뽕’과 같은 말이다.

남양그룹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31) 씨의 마약 투약 혐의와 연관 있는 연예인으로 지목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양그룹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31) 씨의 마약 투약 혐의와 연관 있는 연예인으로 지목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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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온라인 등 SNS는 누구든지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일반인도 마약에 쉽게 노출된다는 데 있다.


국내와 달리 서버가 해외에 있어 단속이 어려운 해외 SNS 텔레그램도 마약 거래에 이용되기도 한다.


마약 판매자가 은어로 판매 광고 글을 올리면, 구매자는 판매자와 채팅을 한 뒤 특정 장소에서 마약을 받아가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는 속칭 ‘던지기 수법’이 이용된다.


‘던지기’란 구매자가 판매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 특정 장소를 공유해 마약만 찾아가는 판매 수법이다. 예컨대 공중화장실의 특정 변기 뒤 마약상이 마약을 붙여 두고 구매자가 이를 가져가는 식이다.


이 가운데 마약 사범은 증가 추세에 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마약류 범죄(대마·마약·향정신성의약품)로 단속된 사범은 2013년 9764명에서 2018년 1만2613명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청소년들도 마약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38명이던 10대 마약 사범은 2016년 121명으로 늘어났다. 20대 역시 같은 기간 758명에서 1842명으로 늘었다.

필로폰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 씨가 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경기도 수원시 수원남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황씨는 이날 밤 구속 수감됐다.

필로폰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 씨가 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경기도 수원시 수원남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황씨는 이날 밤 구속 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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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약 청정국' 이미지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엔 기준으로 10만 명당 마약사범이 20명 미만이면 마약 청정국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2016년에 10만 명당 28명에 달해 청정국에서 제외됐다.


마약 사범은 과거와 달리 검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검사 출신 김희준 변호사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마약을 판매하는 그 사이트라는 게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널려 있다. 그리고 그걸 안내해 주는 인스타그램이나 등을 통해서 광고를 한다. 그걸 보고 일반인들이 주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차이점이 뭐냐 하면 기존에는 직접 가지고 오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는데 그런 식으로 거래하다 보니까 산 사람도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SNS 발달로 마약 수사가 어려워지는 만큼 경찰 수사도 달라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마약사범은 점조직 등을 통해 주로 유흥가에서 마약을 거래했기 때문에 경찰 입장에서 검거 가능성도 컸다”면서 “반면 최근에는 SNS를 통해 마약 거래가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사가 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SNS 마약 거래를 수사할 수 있는 적절한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해당 범죄를 막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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