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쏭글의 Feel름]세월호 품은 ‘악질경찰’의 딜레마…그래서 안 볼 것인가, 그럼에도 볼 것 인가
[아시아경제 송윤정 기자, 박수민 피디] ‘안산 경찰서’ 입구를 비추며 시작한 영화는 곧장 ‘2014년’이라는 자막으로 이어진다. 두 개의 단어만으로도 관객은 이 영화가 무엇을 담고 있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범죄 액션물에 웬 세월호 참사?’
지난 20일 개봉한 ‘악질경찰’은 비리를 일삼는 경찰 조필호(이선균 분)가 의문의 폭발사고 용의자로 몰리며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2010년 개봉한 영화 ‘아저씨’로 한국 범죄 액션 드라마의 새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은 이정범 감독의 신작이다.
‘아저씨’에서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액션 묘사와 다양한 무기 사용으로 호평을 받은 이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180도 달라진 연출을 선보였다. ‘아저씨’의 차태식(원빈 분)이 ‘멋짐 폭발 액션’을 선보였다면 ‘악질경찰’ 조필호는 속옷 차림으로 주구장창 얻어터진다. 주인공을 최대한 처절하게 망가뜨리려고 작정한 듯 그는 단 한 번도 멋있게 그려지지 않는다.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던 이선균의 얼굴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이 감독의 말처럼 이선균은 이번 ‘악질경찰’을 통해 세상 악질스러운 얼굴로 새로운 경찰 캐릭터를 구축했다. 조필호의 표정과 말투, 대사와 행동을 따라가다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인간 내면의 가장 추악한 부분과 마주하게 된다.
배우 전소니가 맡은 소녀 장미나는 ‘악질경찰’의 핵심 캐릭터다. 영화 초반 어둡고 반항심 가득한 미나의 모습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미나라는 인물에게 세월호 참사라는 소재가 덧입혀지는 순간 그의 존재감은 더욱 빛을 발한다.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냐’는 조필호에게 ‘진격의 거인’이라고 말하는 미나. “진격의 거인이 되어 청와대를 밟고 싶다”고 말하는 소녀의 대사에 이 영화가 그리는 모든 것이 녹아있다. 그저 어른에게 바락바락 대드는 것밖에 할 수 없던 미나의 마지막 모습은 그래서 더욱 슬프고 처연하다.
배우 박해준은 조필호와 대립하며 그를 위기에 빠뜨리는 권태주 역을 맡았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 마치 게임을 하듯 우스꽝스러운 쇠구슬 망치로 사람의 머리를 내리치는 권태주의 모습은 그야말로 사이코패스의 전형이다.
탐욕에 눈 먼 회장님을 위해 살인행각을 서슴지 않는 권태주. 영화는 권태주가 왜 저런 삶을 살게 됐는지 조금도 설명하지 않는다. 권태주의 행동에 죄책감과 자비가 없듯 이 감독 역시 악인에 대한 관객의 동정심을 유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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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세월호 참사를 직접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참사를 연상케하는 대사와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하지만 대부분 간접적이다. 세월호 참사의 발생 원인이 어른의 욕심과 이기심 때문이라는 이 감독의 메시지도 무리없이 전달된다. 다만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만든 첫 번째 상업영화’라는 타이틀은 어떤 식으로 이 영화를 따라다닐 것 같다. ‘그래서 안 볼 것인지, 그럼에도 볼 것 인지’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박수민 피디 soo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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