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천연보호구역 기초학술조사보고서 발표한 지질자원연구원 임재수 박사
지질학자들에게는 흔하디흔한 돌멩이와 사람의 발에 아무렇게나 밟히는 풀조차도 남다르게 다가온다. 돌멩이와 바위를 깨 성분을 분석해 보면 어느 시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한 사람의 인생처럼 바위에도 흘러온 시간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이름 없는 풀은 그곳에서 어떤 생태환경을 만들어 왔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번 연구를 이끈 책임연구원은 임재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44세)이다. 지난 3월부터 9개월 동안 한라산 북서쪽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며 연구를 진행했다.
임 박사는 "그동안 백록담 생성연대를 두고 그 오차범위가 상당히 컸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채취한 시료에서 백록담 형성 시기에 대한 오차범위를 좁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 속해 있음에도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제주도의 독특한 지형 때문이다. 제주도는 육지 환경에서 해수면 상승에 따라 섬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거쳤다. 다른 지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지형적 변화와 더불어 해양성 기후로의 변화를 경험한 곳이기 때문이다.
임 박사는 "다행히 제주도의 한 전문가가 그동안 한라산에 대한 생태연구를 해 온 데이터가 있었다"며 "이번에 확보된 자료를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와 비교분석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 지를 알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라산천연보호구역' 보존을 위해 지형·지질, 동식물, 기후 등 주요 영향 요소에 대한 체계적 기초자료 확보를 위한 1차 연구 작업이다. 지난 3월에 착수해 올 12월 말까지 9개월 동안 진행됐다. 2019년까지 앞으로 4년 동안 문화재청 지원으로 연구는 계속된다.
임 박사는 "1차년도인 올해는 한라산 북서쪽에 대한 연구 작업을 수행했다"며 "내년에는 북동쪽, 2018년에는 남서, 2019년에는 남동쪽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임 박사는 "이번 학술조사로 얻어진 연구 결과는 앞으로 한라산 연구에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라산은 유네스코가 국제보호지역으로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다. 임 박사는 "2050년쯤 되면 제주도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따라 온도가 오르고 해수면이 높아질 것"이라며 "기후변화가 앞으로 한라산 지질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는 기초자료도 활용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임 박사는 1999년 한양대 지구해양학과 졸업했다. 일본 나고야대학교에서 지구환경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부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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