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연설비서관이 낸 '대통령의 글쓰기'…출간 2년여만에 새삼 베스트셀러로

대통령의 글쓰기
강 씨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합쳐 8년간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고 다듬었다. 그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2014년 2월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을 냈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이 책은 서점가에서 다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5위 안에 진입했다. 소감을 묻자 "이걸 기뻐해야 할 지, 슬퍼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2014년 출간 당시에는 임기 초반이었던 박 대통령이 '불통'으로 문제가 됐던 시기다. 그래서 독자들이 그나마 소통을 하고자 노력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 책을 찾았다"며 "이제는 단순히 추억이나 회상을 넘어서 리더의 자질을 따지거나 글쓰기에 대한 관심으로 책을 구매하는 독자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중에서
"국회의원이나 사회 리더들 중에도 자기 연설문을 못 쓰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말 잘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항상 '말만 앞선다'고 폄훼하는 문화가 있다. 남의 생각을 많이 듣고 읽고 암기한 사람이 공부 잘해서 사회에 나가 출세하는 사회였다. 질문도 하지 않는다. 이런 사회에서는 제2, 제3의 최순실이 계속 나온다. 이제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자기 생각이 없으면 안된다. '창조경제'를 외치는 대통령이 자기 것이 하나도 없으면 되겠나."
지난 달 26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제16대 총선을 앞두고 연설문 내용을 수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보좌진 두 명이 양옆에 있지만 몇 번이고 자신이 직접 연설문을 꼼꼼하게 가다듬는 장면은 현재의 사태와 맞물리면서 화제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은 달변가이면서도 탁월한 대중 연설가로 유명하다. 강 씨는 "노무현 대통령은 항상 전하고 싶은 핵심 한 줄을 찾았다. 청중들의 마음에 남을 그 한 줄을 강조한 다음, 거기에 맞는 사례와 근거를 준비해 연설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핵심 메시지가 편집되고, 왜곡될 때도 많았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항상 생방송으로, 칼질 안 당하고, 대중들에게 직접 말 할 기회를 아쉬워했다"고 했다. 강 씨가 노 전 대통령을 모실 당시에는 여전히 '침묵이 금'이자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인식이 많았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도 "말과 글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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