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비선 실세' 의혹으로 전국이 들끓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에서는 3일(현지시간) 수만 명의 시위대가 정부 청사로 행진하며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남아공 국민들의 탄핵 대상인 주마 대통령은 정치 인생 초반 흑인차별운동의 열사 이미지로 승승장구했다. 17세 때 초대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가 세운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무장조직에 가담해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반대 운동에 헌신했다. 만델라와 같은 감옥에서 10년간 수감되기도 했던 주마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집권해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그의 스캔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4년 자신의 고향인 콰줄루나탈주(州) 은칸들라의 사저 개보수에 국고 2억1600만남아공랜드(약 166억원)를 쏟아부었다. 지난 3월 남아공 헌법재판소는 주마 대통령이 국고 사용금 일부를 사적 유용했다는 혐의를 인정, 약 780만남아공랜드를 반환하라고 선고했다.
수차례 반복된 부정부패 속에서도 남아공 국민들의 분노가 촉발된 계기는 남아공의 인도계 유력 재벌가 굽타와 결탁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주마 대통령은 사적 이익을 위해 일부 내각 장관과 국영기업 이사장 선임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3일 남아공 국민권익보호원이 발표한 부패 보고서에는 주마 대통령과 굽타 가문의 부적절한 결탁과 국정 전횡 의혹에 대한 정황과 증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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