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평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이 낮다는 것은 해외진출에 성공한 금융회사가 없다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제조업에선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자동차가 전 세계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은행의 해외점포들은 기껏해야 현지의 한국지사나 교포들을 대상으로 구멍가게 수준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을 따름이다. 대학졸업생 중에서도 우수한 인재들이 선호하는 직장이 금융 분야인데, 이런 우수 인력을 가지고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다가 금융사고가 조금만 터지기라도 하면 점점 더 규제를 강화해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고 만다. 보이스피싱 막으려다가 예금이체 절차는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가고 있고 이체한도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마치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를 100㎞에서 40㎞ 정도로 낮추면 교통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발상이다. 금융회사들은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지기 않기 위해 고객들이??대출신청을 하거나 금융상품을 구입할 때?엄청난 양의 서류에 열심히 잘 읽었거나 설명을 들었다는 서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슬로건 하에 공인인증서를 간편화하겠다고 대통령까지 나섰지만, 여전히 카드번호만 입력하면 바로 결재되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의 초스피드 결재는 꿈도 꾸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핀테크가 P2P대출, 외화송금, 빅데이터 관련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에 중국은 핀테크 세계 강자로 떠올랐다. 세계 50대 핀테크 기업 중에서 중국 기업이 7개이고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공동투자한 온라인보험회사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는 사업자 선정에만 1년 이상 시간을 허비하면서 아직 첫발도 못 떼고 있다. 혹시나 특혜시비로 책임을 떠안을까봐 아무도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중국과 우리의 후발주자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김지홍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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