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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너무나도 부끄러운 한국금융의 국제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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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홍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김지홍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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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달 28일 세계 138개국의 국가경쟁력을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3년 연속 26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순위는 싱가포르가 2위를 차지했고 일본과 홍콩이 7위와 8위, 대만이 14위였다. 말레이시아조차도 우리나라보다 1단계 높은 25위였다.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이 이렇게 낮은 결정인 이유 중에는 노동시장 효율성(77위)과 금융시장 성숙도(80위)의 경쟁력 저하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이 두 부문 모두 우간다보다 경쟁력이 낮다. 특히 금융부문의 세부 항목을 보면 대출의 용이성 92위, 벤처자본 이용가능성 76위, 은행건전성이 102위로 너무나 한심한 수준이다.

이 같은 평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이 낮다는 것은 해외진출에 성공한 금융회사가 없다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제조업에선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자동차가 전 세계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은행의 해외점포들은 기껏해야 현지의 한국지사나 교포들을 대상으로 구멍가게 수준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을 따름이다. 대학졸업생 중에서도 우수한 인재들이 선호하는 직장이 금융 분야인데, 이런 우수 인력을 가지고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과거 정권도 고부가가치 산업인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처방을 했고 심지어는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정책까지 내세웠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금융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관치금융과 규제가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정책금융을 이끄는 산업은행장을 비롯한 국책은행의 낙하산 인사만 보더라도 그렇다. 굴지의 금융지주회사와 금융공기업의 기관장과 임원에 대한 정부의 인사개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낙하산 은행장과 낙하산 임원에게서 금융에 대한 전문성과 비전은 기대할 수도 없고 그돌도 발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금융사고가 조금만 터지기라도 하면 점점 더 규제를 강화해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고 만다. 보이스피싱 막으려다가 예금이체 절차는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가고 있고 이체한도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마치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를 100㎞에서 40㎞ 정도로 낮추면 교통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발상이다. 금융회사들은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지기 않기 위해 고객들이??대출신청을 하거나 금융상품을 구입할 때?엄청난 양의 서류에 열심히 잘 읽었거나 설명을 들었다는 서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슬로건 하에 공인인증서를 간편화하겠다고 대통령까지 나섰지만, 여전히 카드번호만 입력하면 바로 결재되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의 초스피드 결재는 꿈도 꾸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핀테크가 P2P대출, 외화송금, 빅데이터 관련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에 중국은 핀테크 세계 강자로 떠올랐다. 세계 50대 핀테크 기업 중에서 중국 기업이 7개이고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공동투자한 온라인보험회사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는 사업자 선정에만 1년 이상 시간을 허비하면서 아직 첫발도 못 떼고 있다. 혹시나 특혜시비로 책임을 떠안을까봐 아무도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중국과 우리의 후발주자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순실 사태로 위기에 처한 박근혜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면, 이제부터라도 김영란법에 버금갈 정도의 비중 있는 결단을 내려서 낙하산 금지를 선포하고, 청와대의 조직과 권한을 대폭 축소해서 각 부처의 장관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주어 책임전가와 복지부동 대신 국가발전에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하고 온 국민이 땀을 흘려 뻗어나가는 세상을 다시 한 번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지홍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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