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 파업의 민낯]연봉 9천 수두룩…문제는 고임금이 아니라 저생산성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현대차 생산직노조가 대표적인 귀족노조로 불리는 데에는 1인당 9천만원이 넘는 고액연봉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복지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급여와 복지는 근속연수가 길면 길수록 비례하고 특별한 귀책사유가 있지 않는 한은 해고되지 않아서다. 여기에 연례파업까지 더해지다보니 현대차의 인건비는 해가 갈수록 상승하는 데 반해 생산성은 하락하고 있다.
2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해 발간한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 자동차 및 엔진제조업의 종업원 연간 평균급여는 8338만원으로서 매우 높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경쟁국들은 임금이 감소하거나 정체 상태였지만, 한국자동차업계는 2008∼2013년 기간 중 연평균 9.5%의 높은 증가율 구현했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엔저, 임금인상의 억제 등에 의해 원화베이스로 2008년 대비 2013년 임금수준이 감소했고 2013년 한국 자동차업계의 연평균 임금 수준이 일본 자동차업계를 상회했다.
2008년 한국이 5299만원, 일본이 8155만원이던 것이 2013년에는 한국(8338만원)과 일본(7526만원)을 앞섰다. 2014년 한국 자동차업체들의 종업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9234만원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4년도(2014.4∼2015.3) 도요타 종업원의 평균임금은 838만엔 (8351만원)으로 한국 자동차업체 평균(9234만원, 2014년)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2008년 리먼사태 이전 도요타의 1인당 평균임금은 800만엔을 웃돌았으나 2009년도에 710만엔 선으로 오히려 감소한 이후 점차 회복됐다. 2014년 폭스바겐의 평균 임금은 6만4783유로(9062만원)로 한국 자동차업체 평균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고, 2011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도 2.0%로 낮은 수준이다. 미국 자동차업계 근로자 시급은 실질기준으로 2013년 24.83달러로서 2003년 대비 21%나 감소했다.
생산성 및 제품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임금수준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임금의 비중으로 알 수 있는데, 한국 자동차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임금경쟁력이 최악이었다. 매출액이 감소해 급여액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2009년뿐만 아니라 2014년에도 한국 자동차기업의 매출액 대비 급여액 비중은 12%를 상회했다. 도요타의 매출액 대비 급여액 비중은 7.8%(2012년)로 크게 낮은 수준이고 임금수준이 비교적 높은 폭스바겐도 10.6%로 한국 자동차기업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생산성이다. 국내 공장의 편성효율은 해외 공장에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고, HPV(자동차 1대당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국내 자동차공장은 높은 임금수준에도 불구하고, 낮은 생산성으로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면서 "모듈화 등이 잘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HPV가 주요 경쟁업체들에 비해 취약한 수준으로 매우 낮은 생산성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HPV가 현대차는 26.8시간인 반면에 도요타(24.1시간), GM(23.4시간), 포드(21.3시간)으로 현대차가 포드보다 5.5시간이 더 길다.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08년 1.8% 2011년 11.9% 2014년 14.6%로 상승했다. 이 때문에 매출원가율도 76.1%에서 79.1%로 높아졌다.
일본의 도요타나 독일의 폭스바겐 등은 숙련에 기반을 둔 노동이지만 한국은 표준화된 단순 조립에 의존하고 있다. 도요타의 노동 강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스스로 "죽을 정도로 힘들다"고 표현된다.
생산대수 기준의 생산성뿐만 아니라 생산되는 차량의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생산성이 더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의 대당 수출가격은 1만 5천 달러에 불과해 고급 자동차 수출의 독일뿐만 아니라 미국 및 일본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국 자동차기업의 종업원 1인당 매출액도 주요 업체들에 비해 크게 적은 수준으로 도요타의 1/2에도 미치지 못한다. 절대적인 노동시간이 적은 폭스바겐이나 GM만 하더라도 종업원 1인당 연간 평균 매출액이 한국 기업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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