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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박찬구 전격 화해]크고 작은 소송만 10여건…피는 물보다 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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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로 갈등 촉발
회사 위기 겪으며 갈등 폭발…7년간 지루한 다툼 이어가
기업 생사 위기에 모든 갈등 내려놓기로…"대승적 차원의 화해"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두 형제가 7년 간의 지루한 싸움을 시작하게 된 것도, 결국 화해를 택한 것도 모두 기업의 생사(生死) 때문이었다. 경영 방향에 대한 견해 차이로 갈등이 시작됐지만 각각의 기업을 경영하는 총수로서의 책임감은 자존심 강한 두 형제도 손을 맞잡게 했다.
'형제경영의 모범'으로 불리던 금호그룹의 분쟁사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 창업주인 박인천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20여년간 흔들림 없이 '형제경영'을 유지한 두 형제는 2006년과 2008년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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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그룹 규모를 키우기 위해 인수를 적극 추진했지만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재무 상태가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결국 형인 박삼구 회장의 뜻대로 인수가 이뤄지면서 금호그룹은 재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고, 갈등도 봉합되는 듯 했으나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대우건설 주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곤두박질치며 되팔아야하는 상황까지 오게된 것이다.

박찬구 회장은 향후 금호석유화학이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 2009년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금호석화 지분을 대폭 늘리며 계열 분리를 추진했다. 박삼구 회장도 금호석화 지분을 매수했지만 여의치 않자 2009년 7월 "경영상 충돌로 더이상 함께 가기 어렵다"며 긴급 이사회를 열어 회사를 전문경영인체제로 바꿔버렸다. 동생 박찬구 회장을 대표에서 해임시켰고, 자신도 명예회장으로 동반 퇴진한 것이다.
이때부터 두 형제는 완전히 갈라섰고 금호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나뉘어 사실상 분리 경영을 시작했다.

이후 2009년 12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금호석화와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하는 등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2011년 3월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화 계열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로부터 분리시켜 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를 신청하면서부터다. 공정위가 계열분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박찬구 회장측은 법정싸움으로 이어갔고 결국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분리 확정판결을 받아냈다.

7년 동안 두 형제는 서로를 향해 크고 작은 소송을 이어갔다. 2013년 상표권 시작으로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청구소송,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 결의 무효소송과 형사고발, 박삼구 회장의 박찬구 회장 운전기사 고소 등 수많은 송사를 치러왔다. 2014년 기준 두 그룹 간 피소건수는 91건, 피소금액은 2193억원에 달했다.

최근까지 이어진 대표적인 소송은 계열사 CP 부당 지원 건이다. 2009년 12월 워크아웃 신청 당일과 다음날 금호석유화학·금호피앤비화학·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8곳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1336억원 어치 CP 만기를 최대 15일까지 연장해 계열사 간 부당지원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금호석화는 2014년 8월 배임죄로 박삼구 회장과 기옥 전 대표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고, 지난해 6월에는 103억원을 배상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검찰이 "배임의 고의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했지만 금호석화는 검찰이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재수사를 요청하는 등 지루한 법적공방을 이어갔다. 결국 금호석화는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받고 항소했지만 최종적으로 소송을 취하하면서 갈등을 종결시켰다. 상표권 관련 소송이 남았지만 이 역시 양측이 원만하게 조정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화해 기류는 지난해부터 점쳐졌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말 채권단으로부터 그룹 지주사인 금호산업을 다시 품에 안으며 "본인의 부덕한 탓으로 가족 문제 때문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가족 간 화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화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선 이번 화해는 기업 본연의 경영활동에 집중하기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보고있다. 금호석화 역시 "지금의 상황이 서로의 생사 앞에서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며 소송 취하 배경을 밝혔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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