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지정권자인 국토부는 과연 이곳이 주택을 짓기에 적당한 곳인지,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꼼꼼하고 내실 있는 검토를 통해 지정해야 한다. 일단 주택이 지어지면, 건축물의 비가역성과 고착성으로 인해 수십년 간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지역의 장소적 특성과 의미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지역의 실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해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다. 과거 1995년까지 주택재개발사업구역이나 주택재건축사업구역 등을 건설교통부(현재 국토교통부) 장관이 구역을 지정했었지만 1995년 도시재개발법이 개정되면서 구역지정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했는데, 그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이유들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울시도 이러한 인식에 공감하고 지난 2015년 12월에 '준공업지역 재생과 활성화 방안'을 수립했다. 필자를 포함한 연구진들은 지역현장을 구석구석 세밀하게 살핀 현실을 계획에 담았다. 도시계획, 경제,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지역 여건을 잘 아는 자치구 관계자들과 함께 1년8개월여 동안 지역 주민들과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서 준공업지역의 장소별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재생과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준공업지역의 특성에 맞게 산업기능이 다수 입지한 지역은 산업기반을 유지하면서 복합적인 공간으로 재생될 수 있도록 하였고, 주거기능이 밀집한 지역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주택을 확충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했다.
하지만 독산동 롯데 알미늄 부지와 그 주변지역은 기계금속 중소기업, 작은 수리점들, 그리고 근로자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지역이다. 이런 지역을 기업형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로 지정하여 아파트 일색으로 변모시키는 행위는 중앙부처의 시대착오적인 명령통제식의 주택공급 정책에 의해서 산업밀집지로서의 지역맥락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한편에서는 민생살리기와 지역 맞춤형 재생을 역설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적 맥락과 근로자의 일터를 저버리는 국토부의 행태는 이율배반적일 수밖에 없다.
남진 서울시립대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