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가격 제시하는 중국과 경쟁 엄두도 못내
'저가수주'는 안 돼, 손 놓고 있는 경우도
생존방안은 대형-중형조선소 손잡은 '공동수주전'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최근 유럽의 한 선사는 중국 조선소와 7800만 달러(910억원)에 30톤급 초대형 유조선(VLCC)계약을 맺었다.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 워낙 싼 가격을 제시하자 우리나라는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국내 조선소들은 최소 8800만~9000만 달러로 계약해야 VLCC를 건조할 수 있다. VLCC는 수주 가뭄이 시작된 지난해 11월 이후 세계 시장에서 11척이 발주됐다. 이 중 10척은 중국이, 1척은 일본이 가져갔다.
14일 영국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VLCC 선가는 8700만 달러(1019억원)다. 2008년 1억5000만 달러(1757억원)에 비해 42%p 떨어졌다. 15만톤급 유조선(수에즈막스)도 39%p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9100만 달러(1066억원)에서 5580만 달러(653억원)로 하락했다. 세계 경기가 악화돼 발주량이 줄어들어 조선사 간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선박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바닥을 친 탓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가 저가수주로 막대한 손해를 본 이후 지난해 수주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이런 행태를 없애려 노력했다"며 "수주 성적이 0건이라 해도 배를 만들수록 손해인 저가수주는 안 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나마 LNG선은 선가 변동폭이 작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국내 조선소들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2008년 2억4500만 달러(2857억원)에서 1억9700만 달러(2298억원)로 19%p 떨어졌다. 문제는 지난해 9월 이후 LNG선 발주 자체가 안 나온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선주들은 우리나라 조선사 관련 소식들을 듣고 선가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그나마 연초부터 철광석 가격이 오르고 있어 올해 하반기에 그 효과가 일부 반영이 되면 발주가 서서히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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