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옥시, 구체적 피해자 보상방안 없어
뒤늦게 '보여주기식 사과' 비난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기하영 수습기자]1시간 30분간 연신 고개만 숙였다. 가습기 살균제로 가장 큰 피해를 준 옥시레킷벤키저의 첫 공식 기자 회견장에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는 수십 차례 "사죄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발생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옥시 측 책임자는 구체적인 피해자 보상 방안은 들고 오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피해자들은 "면피용"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옥시는 검찰의 수사망이 영국 본사로까지 좁혀지고,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뒤늦게 보여주기식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사프달 대표는 시작부터 끝까지 '죄송'과 '책임'을 강조했다. 피해자 가족이 "2∼3년 있다 가는 한국 사장이 아니라 영국 본사에서 나온 사람과 이야기하겠다"고 강하게 말하자 사프달 대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책임지고 한국 법인을 떠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날 영국 본사에서는 단 한명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영국 본사의 책임소재까지 수사하겠다고 나서자 사프달 대표를 전면으로 내세운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늦었다…한국에서 철수해야 한다=공식 기자회견이 끝나고 최승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유가족연대) 대표는 강단에 서서 "자식을 잃은 아빠"라고 소개하며 "아이가 만 한 살이 넘고 병원에 입원에 8개월 만에 사망했는데 지금에 와서 사과하는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또 "우리가 원하는 것은 기자에게 보여주는 쇼, 퍼포먼스가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라며 "형식적인 사과가 아닌 피해자 한사람 한사람 찾아가 네 자식 죽인 놈은 옥시다라고 사과를 해야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으로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입법적으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옥시는 2001년부터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판매해왔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터진 후 2013년 쉐커 라파카 당시 대표가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과의 뜻으로 50억원 규모의 피해자 지원기금 조성 계획을 밝혔다. 올해 들어 관련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지난달 21일 이메일을 통해 입장자료를 발표, 추가로 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의 1·2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 현황 조사에 따르면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거의 확실(1단계)하거나 가능성이 큰(2단계) 피해자는 모두 221명이다. 옥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를 177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중 사망자는 7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백소아 사진 기자 sharp2046@asiae.co.kr
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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