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기고]CJ헬로비전 합병심사, 대주주의 도덕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황동현 한성대 융복합교양교육학부 교수

황동현 한성대 융복합교양교육학부 교수

원본보기 아이콘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다양한 요소 중 경영자의 도덕성은 경영능력과 직결되는 핵심사항이다. 때문에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오너나 경영자가 지배하거나 경영하는 기업의 가치를 좋게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국내 1위 치과용 임플란트 생산 전문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가 대주주 도덕성 이슈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에 발목을 잡혔다. 한국거래소가 오스템임플란트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의 도덕성 검증 문제 때문에 미승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불허에 대한 지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심사과정에서 대주주의 도덕성도 심사의 잣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영국의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컴(ofcom)이 방송허가 및 인수합병 심사에서 경쟁상황 평가 외에도 공익성 심사를 병행하면서 최고경영자(CEO)나 대주주의 도덕성까지 심사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컴은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미국의 방송사, 영화사, 출판사 등으로 구성된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이 영국 유료방송 대표격인 B스카이B(BskyB) 인수 심사과정에 도덕성 심사기준을 적용했고, 뉴스코퍼레이션은 이를 반영해 인수를 자진 철회했다.
오프컴은 방송법(Broadcasting Act) 1990과 1996의 제3조제3항에 의거 방송사업 면허 부여를 위한 적정성(Fit and Proper) 심사 규정에 면허를 부여받는 사람(person)이 심사대상이지만 회사법인인 경우 해당 법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CEO나 대주주 등 실질적인 경영진이 대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심사항목도 아주 구체적이다. 사람들의 성격(character)과 행위(conduct)를 심사하도록 하고 있으며, ▲범죄전과(형사 전과 및 민사 처벌 사실 전체 기술 요구) ▲파산 및 채무 초과(파산 신청 사실 상세 기술 요구) ▲부적격 경영진(부적격 사유 상세 기술 요구) ▲직위 해제(전문가ㆍ무역조직 직위 해제 이력 상세 기술 요구) ▲일반법에 따른 부적격성(정치ㆍ종교ㆍ광고ㆍ정부 관련 단체ㆍ기관의 연관ㆍ활동 여부) ▲정부기관이 조사 중인 또는 조사가 임박한 사건내역 등을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즉, 오프컴은 뉴스코퍼레이션에 대해 공익과 방송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뉴스코퍼레이션이 소유한 신문사의 범법 행위는 방송 기능 수행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방송사업자의 적합성과 적절성에 관련돼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오프컴은 방송사업자의 적합성 및 적절성이 방송사업자의 성과나 행위로만 측정된다면 면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의 매우 심각한 범법행위가 면허 수여 또는 연장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는 옳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오프컴은 뉴스코퍼레이선의 실질적 경영진인 제임스 머독과 루퍼트 머독에 대한 청문 심사를 실시했다.

당시 머독그룹은 영국 런던 발행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the News of the World)의 전화 해킹 스캔들에 휩싸인 바 있다. 뉴스오브더월드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연예인, 정치인, 영국 로열패밀리에게 전화 해킹을 하다가 2007년 이후에는 런던지하철 폭파사건 희생자와 유가족, 각종 강력 범죄로 희생된 유가족, 군인 유가족 등으로 확대하면서 불거졌다. 전화 해킹 스캔들로 인한 뉴스코퍼레이션의 도덕성 논란이 불거졌으며, 레스 힌튼(Les Hinton) CEO,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 커미셔너 등 관련자들이 사임했다. 다양한 사회단체들의 반대 캠페인이 일어나고, 모든 정치인들이 인수 불가 입장 표명하는 등 정치적 압력이 거세졌다. 이에 오프컴은 방송사업 면허 부여를 위한 적정성(Fit and Proper) 심사조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뉴스코퍼레이션은 인수 승인 심사와 관계없이 인수 요청을 철회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합병에도 해당법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CEO나 대주주의 도덕성까지 심사해야 하는 이유다.

황동현 한성대 융복합교양교육학부 교수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계속 울면서 고맙다더라"…박문성, '中 석방' 손준호와 통화 공개

    #국내이슈

  •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美 볼티모어 교량과 '쾅'…해운사 머스크 배상책임은?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송파구 송파(석촌)호수 벚꽃축제 27일 개막

    #포토PICK

  •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제네시스, 네오룬 콘셉트 공개…초대형 SUV 시장 공략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 용어]건강 우려설 교황, '성지주일' 강론 생략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