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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릭의 재림②]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7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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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생전에 총 16편의 작품을 남겼다. 첫 영화 '시합날'이 개봉한 1951년부터 사망한 해인 1999년까지 약 50년에 가까운 감독 경력을 생각하면 그리 많은 수는 아니다. 그만큼 한 작품에 들인 시간이 길었다는 의미로, 완벽주의자였던 큐브릭 감독의 성격이 작품 수로도 드러나는 셈이다.

큐브릭 감독의 작품은 하나하나가 '영화의 교과서'라 불리며 역작으로 평가받지만, 그 중에서도 꼭 봐야 할 주요 작품 7편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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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파르타쿠스(1960)
스파르타쿠스는 원래 안소니 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영화다. 그러나 제작자이자 주인공인 커크 더글라스와 마찰을 겪은 뒤 당시 무명이나 다름없던 30살의 젊은 큐브릭 감독으로 전격 교체됐다. 큐브릭은 예상 밖의 기회였던 이 영화로 그 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총 네 개 부문이나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정작 큐브릭 본인은 이 작품에 대해 생전에 결코 만족하지 못했다. 주인공인 커크 더글라스가 자신의 캐릭터를 영웅화시키려는 의도로 연출에 대한 간섭이 심했다는 후문이다. 또 3600명에 이르는 엑스트라 배우에게 일일이 순번표를 붙여가며 지시를 내릴 만큼 신경 써 만들었는데, 당시 검열에서 잔혹한 전투 장면을 여럿 잘라내야 했다. 이 때문에 큐브릭은 스파르타쿠스를 '가장 싫어하는 작품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개봉으로부터 40년 뒤인 2000년, 스파르타쿠스를 보고 영감을 얻은 리들리 스캇 감독이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제작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기도 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스탠리 큐브릭 전'에 전시된 영화 롤리타 포스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스탠리 큐브릭 전'에 전시된 영화 롤리타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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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롤리타(1962)
1950년대 출간된 블라디미르 나보코브의 책 '롤리타'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큐브릭 감독은 당시 영화 제작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엄청난 항의문에 시달려야 했다. 중년 남성이 어린 소녀 '롤리타'에게 한 눈에 반해 그를 곁에 두기 위해 롤리타의 어머니와 결혼까지 감행하는 파격적인 내용으로, 이는 지금도 '롤리나 콤플렉스'란 말로 활용되고 있다.
큐브릭은 당시 논란이 거세지자 미국사회보다 상대적으로 성적으로 개방적이었던 영국으로 이동해 영화를 촬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열 때문에 6개월이 넘는 편집 과정을 거쳐 성적인 장면 없이 개봉됐으나 이후에도 항의 서신이 끊이지 않았다.
'롤리타' 스틸컷

'롤리타'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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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것은, 이 영화가 흑백으로 개봉됐다는 점이다. 실제 촬영장을 찍은 사진을 보면, 미장센에 극도로 치밀했던 큐브릭 감독답게 아름다운 색감이 표현돼 있다. 오는 3월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스탠리 큐브릭 전'에서 컬러 사진과 함께 당시 큐브릭이 받았던 항의 서신들을 직접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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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닥터스트레인지러브(1964)
핵 전쟁을 소재로 '무능력한 대통령만으로도 얼마든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그려낸 블랙 코미디 영화다. 큐브릭 감독은 이 영화의 주연 배우인 피터 셀러스를 섭외하기 위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금액인 100만 달러의 개런티를 주고 섭외했다. 이는 전체 영화 제작비의 절반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큐브릭이 이 영화의 주연배우를 그만큼 중요하게 여겼다고 해석할 수 있다.

피터 셀러스는 이 영화에서 1인 3역을 맡아 대통령, 영국 공군, 천재 과학자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로 각각 등장한다. 셀러스는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세 역할로 각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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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01 스페이스오디세이(1968)
큐브릭 감독이 이 영화의 제목을 밝히자 당시 제작자는 "숫자 2001도 영화 제목에 포함되는 것인가. 아니면 2001년도에 개봉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무려 30여년의 제작기간도,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큐브릭이라면 가능했을 법한 이야기였기에 이런 질문이 나왔을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CG)이 없던 시절임을 감안하면, 2001 스페이스오디세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놀라운 작품이다. 인간이 달에 가기도 전에 만들어진 영화로, 큐브릭 감독의 우주와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가득 담겨 있다. 큐브릭은 당초 '음악 영화'로 기획했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설명이나 대사는 거의 없고 음악이 주를 이룬다.

2001 스페이스오디세이가 가장 최근에 화제가 된 것은 삼성과 애플이 벌인 소송전에서였다.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자사 제품인 '아이패드'(2010년 출시)에 대한 특허 소송을 내자, 삼성은 2012년 재판에서 "42년 전 개봉된 영화에서도 현재의 태블릿 PC와 비슷한 아이디어가 존재했다"며 이 영화의 한 장면을 증거 자료로 제시했다. 해당 재판에서 결국 증거로 채택되진 못했지만, 이 일이 알려지면서 스페이스오디세이가 '상상한 미래'가 현재와 유사한 점이 많아 크게 화제가 됐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성인식 슈퍼컴퓨터인 '할 9000'의 목소리도 애플의 시리(Siri)와 비슷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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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계태엽오렌지(1971)
'인간은 악해질만한 상황에서 악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만약 그런 상황에서 악해지지 않는다면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계태엽오렌지는 인간의 본성, 선악에 대한 큐브릭 감독의 근본적 의문이 담긴 영화다.

주인공은 눈을 감지 못하게 눈꺼풀을 고정한 채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시각물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구토를 유발하는 약물을 먹이기도 하는 실험에 참가한다. 큐브릭은 이 같은 장면들을 통해 폭력적 성향의 변화, 악과 선의 발현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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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샤이닝(1980)
샤이닝은 연출 장르의 폭이 굉장히 넓은 큐브릭 감독의 대표적 공포 영화다. 오버룩 호텔에서 폭설로 인해 고립된 한 남자가 유령에 시달리며 미쳐가는 과정을 그려낸 괴기한 스릴러로, 소설가 스티븐 킹의 책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샤이닝은 당시 굉장한 반응을 얻으며 흥행작이 됐지만, 정작 원작자인 스티븐 킹은 "소설과 너무 다르다"는 이유로 대놓고 혹평을 내렸다고 한다. 나아가 직접 대본을 써 동명의 TV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나 반응은 별로였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영화 '샤이닝' 촬영 당시 사용했던 클랩보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영화 '샤이닝' 촬영 당시 사용했던 클랩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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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A.I.(2001)
AI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큐브릭 감독이 20여년의 긴 시간동안 오래 구상하며 기획한 영화다. 영화를 만들던 큐브릭 감독이 1999년 세상을 뜨자 스필버그 감독이 이어 맡아 완성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큐브릭의 작품을 스필버그가 너무 감정적으로만 그렸다"고 비판하기도 했고, 반대로 "재해석을 잘했다"는 호평도 있었다.

최근 작품인 데다 흥행에도 성공해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기억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가진 소년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로, 스페이스오디세이와 함께 큐브릭 감독의 감성과 상상력이 큰 감동을 전한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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