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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걷는 남자' 롯데타워서 낙하보호망 치는 장영신 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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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타워서 3년째 낙하물보호망 설치해온 장영신 반장 인터뷰
-고공서 생명선 의지한 채 사다리 중심으로 낙하망 설치 "담이 쎄 떨리진 않아"
-고공에서의 더위·추위는 고통·인부들 때문에 위험한 상황도 있어
-가장 고마웠던 건 짜장면 값 건네준 현장소장…고층에서의 광경에 감동하기도

장영신(59)낙하물보호망 설치 반장은 3년째 롯데타워에서 낙하물보호망 설치 작업을 해왔다. 사진은 장 반장이 보호망을 설치하기 위해 사다리로 올라가는 사진

장영신(59)낙하물보호망 설치 반장은 3년째 롯데타워에서 낙하물보호망 설치 작업을 해왔다. 사진은 장 반장이 보호망을 설치하기 위해 사다리로 올라가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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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장영신(59)낙하물보호망 설치 반장을 처음 본건 롯데타워 상량식 홍보영상에서였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고층에서 그는 막같이 생긴 천을 들고 발 하나 걸칠 만한 철골 사다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영상 속의 그는 "위험요소를 감안해서 안전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거죠"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행사가 끝나고 문득 하늘에서의 그의 삶이 궁금했다. 상량식 대들보에는 이름을 새기지 못한 '총 공사 인력 500만명' 속 개인에 대한 궁금증이기도 했다. "도곡에서 일 끝나고 만납시다"라고 하는 장 반장을 6일 그의 집 근처인 쌍문역 어느 커피숍에서 만났다.
-언제부터 낙방작업을 하셨나요?
2012년 7~8월 쯤, 횟수로 3년이라고 봐야죠. 낙방만 한 게 아니라 비계작업(공사용 통로나 작업용 발판 설치를 위해 구조물의 주위에 조립ㆍ설치되는 가설구조물을 설치하는 작업)도 겸해서 했어요. 지금 롯데월드타워 지하 6층 기초 터파기할 때부터 했죠.

-낙방작업이라는 게 설명이 좀 필요할 거 같아요.
건물이 124층까지 올라가잖아요. 위에서 볼트나 파이프같은 게 떨어질 수도 있어요.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2개층에 하나씩 망을 쳐요. 아파트나 빌딩 지을 때는 11미터 마다 추락망을 설치하는데 저희 같은 경우는 층층마다 칠 때도 있고 그랬요.

그는 스마트폰에 있는 자신의 작업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추락망을 설치하기위해 작업팀은 먼저 사다리를 설치한다. 사다리가 고정되면 고정된 생명줄을 끼고 사다리에 망을 씌워 나가야 한다. 사다리에 적절한 망을 만들고 설치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장영신(59)낙하물보호망 설치 반장은 3년째 롯데타워에서 낙하물보호망 설치 작업을 해왔다. 사진은 사다리 위에 있는 장 반장의 모습.

장영신(59)낙하물보호망 설치 반장은 3년째 롯데타워에서 낙하물보호망 설치 작업을 해왔다. 사진은 사다리 위에 있는 장 반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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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니 더 아찔한데 설치할 때 무섭진 않나요?
두려움이야 누구나 있죠. 저층에서 작업은 비계작업하는 사람 누구도 할 수 있지만 고층은 안 그래요. 날고 기는 사람들도 와서 밑에 쳐다보고 두 번 다시 오질 않아요. 저희는 담이 큰 것도 있고, 밑에서 부터 작업을 해 올라보니(두려움이)좀 덜해요. 또 일도 우선이지만 사고가 나선 안되기 때문에 안전을 신경쓰면서 했어요.
-그래도 발이 떨어지세요?
평소에 후들후들거리는 건 없죠. 그런데 일진이 안 좋은 날이 있어요. 다리가 떨리고 그런 날, 꿈자리가 사납거나 그런 날은 조심해야겠다 생각해요. 그럴 때는 교대자가 주로 내가 나가겠다고 하고 당사자는 쉬게 해요.

-초고층이면 여름에 더 더울 거 같아요.
걸어 다녀도 땀이 흐를 정도죠.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제빙기 있으니 물통 갔다 놓고 먹는 사람도 있고. (건물)밑에 하고 위에 하고 온도가 4-5도차이가 나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혈압을 측정해요. 위에서 밑으로 내려오면 (혈압이)정상으로 나오는 사람이 없어요. 공기가 안 좋은 것도 사실이에요. 구름같은 게 오면 미세먼지도 같이 오니까.

-원래부터 고층 작업을 많이 하셨나요
29년을 하다 보니 그렇죠. 유명한 높은 건물 여기저기 다녔어요. 산전수전 다 겪었죠. 2미터 앞에서 추락 사고를 보기도 하고. 사고 때문에 일을 그만 둔 사람도 여럿보기도 하고.

산전수전 다 겪은 그지만 예측을 할 수 없는 공사현장에선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한번은 추락망에 사람이 떨어지는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었다.

-사람 살리셨네요.
한 칠십 몇 층이었나. 추락망을 친 지 세 시간도 안돼서 두 사람이 떨어 졌어요. 다행히도 거기 걸리셔서 사신거죠.

-본인도 정말 힘드실 때가 있을텐데요.
가장 하기 싫을 때는 사다리를 설치했는데 위층에 고정된 와이어를 누가 실수로 풀러 놨을 때에요. 한 두번도 아니었죠.

망 설치 전 사다리는 위에 와이어로 고정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인부들이 모르고 와이어를 풀어 놓으면 망에 느슨하게 사다리가 걸려만 있는 상태가 된다. 장 반장이 망을 치우면 추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십년감수하는 거죠. 공사현장에선 실수하면 한번에 땡(끝)이니까. 저렇게 되면 사다리를 타고 나갈 때 없어야 하는 쿠션(반동)이 생겨요. 그때 와이어가 이상한 걸 아는거죠"
남들과 다른 긴장 속에서 지낸 그이지만 그만큼 남들은 못 보는 광경도 많이 봤다. 사진은 124층에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찍은 사진. 구름 위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사진이다.

남들과 다른 긴장 속에서 지낸 그이지만 그만큼 남들은 못 보는 광경도 많이 봤다. 사진은 124층에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찍은 사진. 구름 위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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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른 긴장 속에서 지낸 그이지만 그만큼 남들은 못 보는 광경도 많이 봤다.

-아까 구름을 아래로 보신 적도 많다던데, 몇 층부터 그러셨나요
70층부터 그런 경우가 많았어요. 매일 해가 뜨는 걸 보는데…정동진이 필요 없어요. 진짜 멋있어요. 장엄하죠. 운해같은 구름에서 해가 밝아 먼동이 터올 때요.

전 반장이 스마트폰을 꺼내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자랑하듯 보여줬다. 그는 힘들 때 롯데타워에서의 광경들을 보며 위안을 얻을 때가 많았다고 한다. 물론 무엇보다 가장 위안이 되는 건 사람이었다.

"한 달 전 쯤 추락망 설치를 하는데 이슬비가 왔어요. 망을 설치하려고 준비 작업을 하는데 현장 소장님이 오셔서 밑을 보신거에요. 갑자기 작업중단을 시키셨는데 저희는 후공정이 바빠서 해야 한다고 했어요. 저희가 안하면 다들 그날 일을 공치게 되니까요. 몇 분 후에 반장님이 '하시돼 조심하시면서 하시오'라며 짜장면 값 5만원을 주시더라구요. 그게 머릿속에 감회 깊게 생각이 납니다"

현장소장 이야기를 할 때 갑자기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처음에 잘못봤나 했지만 그는 인터뷰 마지막에도 "저희한테 짜장면 값 주신 현장소장님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장 반장은 긴장의 연속인 현장 속에서 사람들에게 위안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장 반장은 짜장면 값을 건네며  일을 조심하라고 일러준 현장 소장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사진은 장 반장이 작업을 하는 모습

장 반장은 긴장의 연속인 현장 속에서 사람들에게 위안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장 반장은 짜장면 값을 건네며 일을 조심하라고 일러준 현장 소장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사진은 장 반장이 작업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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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이 그렇게 그러셨어요(고마우셨어요)?
그게 추억에 남았어요. 걱정해주시는 구나하고. 저도 눈물이 저기하는데... 좋더라구요 하하.

-이제 1년 남짓 남았잖아요. 직접 일을 하신 분으로서 롯데타워는 어떤 의미인가요?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건물에서 작업을 했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느껴요. 건물이 완공되고 일가친척 손주들 다니면서 저 건물 내가 지었다고 뿌듯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좋구요.

인터뷰가 끝나고 장 반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손마디 마디 주름속에 16살 때부터 뱃일부터 공사일까지 하며 살아온 그의 삶이 새겨져 있는 듯 했다. 그는 마자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에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또 인연이 있으면 뵙겠죠. 제가 이렇게 고생하는 것은 가족들 잘 되기 위해서 그런다고 봐야죠. 잘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죠"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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