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자장면은 여전히 입에 붙지 않는 어색한 표현이었다. 대다수는 여전히 '짜장면'으로 불렀다.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부르면 왠지 맛이 없게 느껴진다는 다소 엉뚱한 반박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사람은 없었다. "짜장면 하나, 짬뽕 하나요." 그런 주문이 자연스러웠고,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자장면은 완벽한 표준어를 구사할 것 같은 방송 아나운서에게나 어울릴 단어였다.
한국 사람에게 짜장면은 하나의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존재다. 어린 시절 추억은 물론 부모님과의 애틋한 사연도 녹아 있다. 그룹 'god'가 2001년 1집을 통해 발표한 '어머님께'라는 노래의 가사는 바로 그러한 사연을 담고 있다.
'맛있는 것 좀 먹자고 대들었었어. 그러자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짜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짜장면은 가난했지만 음식 하나로도 웃음을 나눌 수 있었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鄕愁)를 담고 있다. 그 시절 향수를 지금 재연할 수는 있을까. 어머니를 떠나보낸 누군가에게는 이룰 수 없는 꿈이다.
입가에 짜장면 양념을 묻혀가며 맛있게 먹던 그 시절 철없던 아이들은 이제야 어머니 얘기의 속뜻을 알게 됐는데…. 그 당시 짜장면이 싫다고 하시던 어머니들은 지금 어디에 계실까.
류정민 사회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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