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한국의 기준금리도 인상되는가? 대답은 '아니오'이다. 기준금리 결정의 근거는 '다른 나라'의 기준금리 결정이 아니라, '자기 나라'의 경제 여건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고 신흥국으로 집중되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올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것을 우려하는 국가들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달러페그제를 운용하는 국가들이 대표적이었다. 달러페그제란 자국의 통화를 달러화 가치에 연동해서 운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맥시코, 칠레, 홍콩, 중동국가들이 대표적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의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달러화 강세는 상대적으로 국제원유 및 원자재 가격을 떨어뜨려 산유국과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들의 경제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 한국 수출의 약 25%를 중국에, 약 20%를 아시아 신흥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대상국의 위기는 한국 수출도 위협할 것이다.
한국의 주요 산업에도 적잖은 충격이 올 수 있다. 2016년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수차례 인상하고 많은 나라들이 이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저금리를 유지하던 한국은 대내외 금리차로 인한 투자자금 유출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 최근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오던 주력산업들이 신흥국들과의 기술격차 축소 등으로 경쟁력을 잃고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이러한 주요산업들은 주가 하락으로 인해 자기자본 규모가 축소되고 있고, 대외 채무에 의존하는 경향도 높아진 상황이다. 대내외 금리차로 인해 주요산업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구조조정이 가속화 될 수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한국경제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는 생각이 아직 팽배하다. 등굣길에 비가 안온다고 하굣길에도 비가 안 오라는 법이 없다. 먼저, 수출대상국을 다변화하는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 외환위기 우려가 적은 견실한 수출 대상국 발굴에 초점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둘째, 산업구조의 재편도 가속화해야 한다. 과거 주력산업이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전환되었듯이 이제 첨단산업으로의 산업구조 재편이 필요하다. 셋째, 부동산 시장의 조정에 대비해야 한다. 건설시장의 과잉공급을 막고, 증가하게 될 미분양주택을 해소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준비 없이 현재에 안주하게 될 경우 비를 맞을 수 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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