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업계, 프리미엄 제품으로 '매스티지族' 공략

유업계, 무지방·유기농 제품 잇따라 선봬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식음료업계에 '매스티지(masstige)' 바람이 일고 있다. 매스티지란 대중(Mass)과 명품(Prestige Product)의 합성어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 제품, 서비스 등을 즐기고자 하는 실속형 소비를 의미한다. 최근 먹방·쿡방의 인기로 '작은 사치'를 누릴 수 있는 먹거리에 기꺼이 투자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식음료업계가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급 제품을 줄줄이 선보이며 고객잡기에 나섰다.

◇ 유업계, 무지방·유기농 제품 떠올라=유업계에서는 무지방, 유기농 등의 프리미엄 제품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월 연세대학교 연세우유에서는 지방은 빼고 우유의 주요 영양소인 칼슘과 단백질 함량을 높인 '무지방+고칼슘우유 단백질'을 출시했다. 지방함량을 낮춘 저지방우유에서 나아가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 함량을 0%로 낮춘 무지방우유를 선보인 것이다.

지방은 줄였지만 우유의 핵심 성분이자 뼈 건강의 필수 요소인 칼슘은 일반우유 대비 2.5배 높였다. 200㎖ 기준으로 500mg의 칼슘이 함유돼 있어 무지방+고칼슘우유 단백질을 한 잔 마시면 일일 영양성분기준치의 70% 이상의 칼슘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신체 활동에 꼭 필요한 단백질 함량도 높여 건강관리나 다이어트 등 식단조절이 필요할 때 단백질을 채워주는 영양 식품으로도 제격이다.

남양유업은 친환경 목장에서 짜낸 원유만을 엄선해 생산한 '옳은 유기농 우유'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국내의 유기농 인증은 물론, 국제 유기농업 운동연맹 인증(IFOAM)을 획득한 믿을 수 있는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지방, 유기농과 같은 흰우유의 프리미엄화는 고품질 제품을 찾는 매스티지족을 비롯한 다양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짜장라면·짬뽕라면, 경쟁 불붙다=매스티지족을 잡기 위한 신제품 출시가 가장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곳은 농심 '짜왕'의 출시로 형성된 프리미엄 짜장라면 시장이다.

4월 출시된 농심 짜왕은 굵고 쫄깃한 면발과 불맛이 느껴지는 진한 풍미의 간짜장 소스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출시 한 달 만에 국내 라면시장 2위로 올라서고, 출시 5개월째인 9월에는 누적매출 65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짜왕의 열풍에 다른 식품업체들도 앞다퉈 프리미엄 짜장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7월 오뚜기는 굵은 면발의 짜장라면 '진짜장'을 선보였으며, 팔도는 이연복 셰프를 광고 모델로 앞세운 '팔도짜장면'을, 9월에는 삼양식품이 '갓짜장'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짜장라면 시장에 합류했다. 한층 더 고급스러워진 프리미엄 짜장라면은 부담 없는 가격으로 한끼 식사를 즐길 수 있어 매스티지족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프리미엄 짜장라면의 경쟁은 뜨거운 국물이 생각나는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프리미엄 짬뽕라면으로 그 축이 옮겨와 업체간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맛과 품질 강조한 프리미엄 냉동 만두 인기=저렴한 냉동식품으로 인식되던 냉동 만두시장에서도 맛과 품질을 내세운 프리미엄 신제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해태제과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유명한 퀴노아로 만든 '순% 퀴노아 군만두'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쌀에 비해 7배 이상 많은 칼슘과 단백질, 비타민, 철분, 식이섬유 등이 풍부한 볼리비아산 레드 퀴노아의 영양성분을 담았다. 퀴노아 분말로 빚은 만두피는 기존 군만두 보다 더욱 바삭하고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영양과 식감뿐만 아니라 군만두 풍미를 결정하는 만두소도 부추, 양파, 양배추 등 신선한 채소와 국산 새송이버섯 등 건강한 원재료를 가득 채워 한 끼 식사대용으로도 충분하다.

이에 앞서 6월 동원F&B도 제주산 돼지 생고기와 국내산 채소로 속을 채운 프리미엄 교자만두 '개성 왕교자만두'를 출시해 프리미엄 만두 시장의 경쟁을 가속화했다. 이 같은 냉동만두의 프리미엄화는 냉동 식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하며 매스티지족의 입맛을 만족시켰다는 평이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