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김재기 교수 미국 현지서 1930년 발간 자료 발굴"
[아시아경제 노해섭 기자]86년 전 발생한 광주학생독립운동을 당시 미주 한인사회가 적극 지지했다는 내용을 담은 기록이 미국 현지에서 발굴됐다.
‘The Korean Student Bulletin’라는 제호의 이 소식지 제8호에는 당시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북미대한인학생총연합회(Korean Student Federation of North American)’학생들이 중심이 돼 모국에서 일어난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미국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총 4면에 걸쳐 영문으로 작성된 이 소식지는 ‘한국에서 1919년 이후 다시 대규모 독립운동이 발생했다. 수천명이 체포되고, 수백명이 다치거나 사망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또 ?월 10일과 11일 서울에서만 1만2,000명의 학생이 동조시위를 벌였으며, ‘조용한 아침의 나라(Land of the Morning Calm)’가 일본인들의 잔악한 총칼에 의해 ‘유혈이 낭자(bloodshed)’한 나라가 됐다고 소개했다. “콜롬비아 대학 유학생 출신 조병옥 박사가 활동하던 신간회가 주최하려던 ‘광주학생독립운동 지지 군중대회(1930년 1월 4일)’가 발각돼 12명의 민족지도자가 구속됐다”는 내용도 설명돼 있다.
이와 함께 “미국과 하와이에서 조선학생들의 희생에 동정을 표하고 적극 지지하는 운동이 펼쳐졌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기사는 ?년 1월 26일 뉴욕에 있는 한인 디아스포라들이 집회를 통해 광주학생독립운동에 대한 진상보고와 일제의 폭력성을 규탄했으며, 이런 내용을 세계에 알릴 홍보위원회와 재정위원회를 조직했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하와이,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지에서도 진행됐다”고 소식지는 전하고 있다.
이 기사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구미위원회가 있는 워싱턴(Washington) D.C.에서는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에 이 문제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청하는 등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또 “북미한인학생총연합회는 1930년 2월 23일 애도의 날(A Day of Mourning)로 정해 유학생과 동포들이 조선에서 학생들의 희생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일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항일독립운동은 3개월 동안 120개 학교에서 4만5,000명의 학생이 참여했으며 4,000명 이상의 학생이 체포됐고, 10대의 학생 496명이 학교에서 제적당했다”고 소개했다.
김재기 교수는 지난 2개월여 동안 뉴욕시 공공도서관, 콜로비아대학 도서관, 뉴욕시립대학 도서관, 남가주대학 도서관 등을 추적, 이 자료를 발굴해냈다.
10년 전부터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김재기 교수는 지난 8월에도 광주학생독립운동을 보도한 소련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와 소련공산당연해주지부 발행 ‘아방가르드’지를 발굴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독일신문 ‘포쉬세자이퉁’을 비롯, 중국 국민당 기관지 ‘중앙일보’,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홍기’등 중국 언론에 100여 회에 걸쳐 보도한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김재기 교수는 “이번 자료 공개로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세계적인 운동이었음을 증명하게 됐다”면서 “이 자료들이 그동안 한국사 교과서 편찬과정에서 축소되고 왜곡됐던 광주학생독립운동사를 재정립하는 데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광주학생독립운동을 기록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언론과 서울주재미국공사관 보고서 등 외교문서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노해섭 기자 no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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