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스스로 준비…'주택 비상속 의향' 꾸준히 증가
장수·집값하락 리스크 대비에도 적합…稅혜택도
[아시아경제 문영재 기자] 50대 초반 직장인 김모 씨는 3남매의 장남이다. 최근 부모님 생활비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그 동안 형제들은 매달 50만원씩 갹출해 드렸지만, 동생들이 생활이 빠듯해졌다며 당분간 부모님 생활비를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결국 홀로 부모님 생활비 부담을 진 김씨. 돈 들어갈 곳은 많아졌는데, 매월 150만원을 따로 마련하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직장 동료가 그에게 '주택연금'을 권했다. 김 씨 부모님은 5억원짜리 집 한 채를 갖고 있다. 김 씨는 부모님, 형제들의 동의를 얻어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자식에게 생활비로 매달 150만원을 받으면서 근근이 살던 부모님은 이제 250만원을 받을 수 있어 좀 더 여유가 생겼고 3남매도 경제적 부담을 어느 정도 덜게 됐다.
◇ 노후대안 주택연금…'주택 비상속 의향' 꾸준한 증가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들의 경제적 자립능력의 경우 부모 스스로 생활비를 해결하는 비율은 지난해 50.2%로 2008년(46.6%)보다 3.6%포인트 상승했다. 자녀로부터 생활비를 주로 받는 비율로 지난해 49.5%로 2008년(52.9%)보다 3.4%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노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생활비 마련방법의 경우 자녀(7.9%)보다는 본인이나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84.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주택금융공사가 지난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60~84세 거주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주택연금 수요실태조사'에서는 '주택 비상속 의향'이 2010년 21%, 2012년 27%에서 지난해에는 34%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류기윤 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부장은 "젊은 세대의 부모 부양의식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과 달리 고령자 스스로 노후준비를 하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최근 주택연금에 가입할 때 대부분 자녀, 며느리, 사위 등 가족과 함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주택연금, 장수·집값하락 리스크 대비에 적합"
주택연금은 보유주택을 활용하는 상품인 만큼 거주안정과 노후생활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가입자가 사망하더라도 배우자에게 100% 같은 금액을 보장하고 있어 유족연금 지급률을 차등 적용하고 있는 국민연금 등 다른 연금 상품과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은퇴연령이 빨라지고 기대수명이 늘어나 준비해야 할 노후가 더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주택가격 하락과 장수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상품으로 주택연금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주택연금은 집값이 떨어져도 최초 약정한 주택연금수령액을 보장하며 가입자가 장수해 받은 연금의 총액이 주택가격을 넘어가는 경우에도 지급이 종신 보장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입자가 빨리 사망하거나 집값이 큰 폭으로 올라 연금지급액이 주택가격보다 적은 경우에는 정산 후 차액을 자녀가 상속하게 된다.
주택연금에 가입할 때 재산세(25%) 감면과 소득공제(연간 200만원), 등록세(설정액의 0.2%)·교육세(등록세액의 20%)·농어촌특별세(등록세액의 20%) 면제 등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다. 류 부장은 "주택연금은 경제적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자녀와의 관계 악화나 자녀 간 재산상속 다툼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 주택연금, 어떻게 지급받나
주택 소유자 기준 만 60세 이상(부부 공동 소유 시 연장자가 만 60세 이상)이어야 하고, 주택가격은 9억 원 이하여야 한다. 만약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더라도 합산 주택가격이 9억 원 이하라면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가입 가능하다. 또 2주택자이고 합산가격이 9억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거주하고 있지 않은 주택을 3년 내 처분하는 조건으로 가입할 수 있다. 연금수령액은 가입자 나이와 주택가격 등에 따라 달라진다. 나이가 같으면 집값이 높을수록, 집값이 같으면 나이가 많을수록 월 수령액이 많아진다.
주택연금의 지급방식은 부부 모두 평생 받을 수 있는 '종신방식'과 사전에 일정기간(10~30년)을 정해놓고 받을 수 있는 '확정방식'이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평균수명이 늘면서 가입자의 99% 이상이 평생 받을 수 있는 종신방식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주택금융공사에 맡긴 담보주택이 재건축·재개발 되더라도 안정적으로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다.
문영재 기자 pulse @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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