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공사기간이 2년여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2017년에는 주택 공급이 넘쳐나 가격 하락과 대규모 미입주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2013년에는 착공이 42만9000가구가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예년의 연간 물량을 올해는 8개월만에 거의 도달한 셈이다.
아파트 분양은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부동산114는 올해 분양 물량이 47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분양 물량인 28만4000가구에 비해 18만가구 이상 많은 것이다.
부동산114는 서울의 경우 위례와 송파구 가락시영 재건축 아파트 일대와 강동구 등 지역이 특히 공급 과잉 우려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역전세난을 겪었던 잠실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물량만큼이나 많은 입주량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새 집값이 크게 오르고 분양만 하면 청약이 폭발적으로 몰리는 대구 지역의 경우 지난해 아파트 입주량이 9327가구였는데 올해 1만3806가구, 내년 2만7298가구로 20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의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처럼 입주량이 늘어나면 집값이 떨어지고 매매가 어려워질 수 있다.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해야 하는 시점에 기존에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면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2000년대 말에도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에 대거 나선 여파로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이 16만가구를 넘길 정도로 주택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바 있다. 최근에도 건설사들은 공급과잉 우려를 알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분양 훈풍을 놓치지 않으려고 묵혀둔 사업지 물량들을 죄다 내놓는 상황이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공급 과잉을 감안해서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며, 특히 입주 물량이 집중된 지역은 잔금을 치르기 위한 급매물이 늘고 주택 구매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면서 "다만 내년에는 건설사들의 분양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중소형 물량이 많기 때문에 공급과잉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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