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사형구형, 법원은 무죄선고 사례도 있어…사형 구형 남발, 위신 실추 우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김재연 기자] 검찰이 여론의 공분을 일으킨 사건에 ‘사형’을 구형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엄정한 법집행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사형 구형 남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서초동 세 모녀 살해사건’ 피고인 강모(48)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앞으로 예상되는 경제난을 이유로 아내와 딸을 처참히 살해한 범행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관용이 허용될 수 없다”면서 사형선고를 요청했다.


또 검찰은 11일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에서 열린 양양 일가족 참변 방화사건 피의자 이모(41·여)씨에 대한 1심 결심공판에서 이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여론공분 사건=검찰 사형구형’ 부작용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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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동기와 계획, 준비상황 등 정황을 볼 때 이번 사건은 경제적 요인이 원인이 된 철저하게 계획된 것”이라며 법원에 사형을 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이 사회 쟁점이 됐던 사건에서 사형을 구형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검찰이 사형을 구형해도 법원이 사형을 선고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2014년)에 따르면 형사사건 1심 선고를 기준으로 사형이 선고된 경우는 2011년 1건, 2012년 2건, 2013년 2건에 불과하다. 검찰이 사형 구형을 이어가도 법원은 사형 선고에 엄격하고 신중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집행은 더욱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국은 1997년 23건의 사형이 집행된 이후 18년째 사형집행 건수 ‘0건’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이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보여주려는 목적에서 사형을 구형하고 있지만, 법리적 판단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도 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10일 90억원대 보험금을 노리고 캄보디아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던 이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가 실제로 누명을 쓴 상황인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검찰의 사형 구형 사건도 무죄가 선고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검찰의 사형구형을 남발할 경우 스스로 구형에 대한 위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실성 없는 구형남발은 수사기관·기소기관으로서 범죄를 판단하는 척도인 구형의 의미를 희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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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재경지역 판사는 검찰의 사형구형에 대해 “엄격한 법 집행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견 공감한다”면서도 “현실과 지나치게 동 떨어진 구형이 계속되면 재판부와 국민들이 구형의 의미와 중요성을 낮게 보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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