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무죄 선고한 원심 확정…"고의로 운전했다고 보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술에 취한 채 차량에서 잠을 자다가 후진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용덕)는 회사원 김모씨에 대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와 관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김씨는 2013년 6월 부산 연제구의 공원 앞 도로에서 혈중알코올 농도 0.151%의 술에 취한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해 3미터 후진했다. 검찰은 김씨가 음주운전으로 2회 이상 처벌을 받았는데 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했다면서 기소했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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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원은 1심, 항소심, 상고심 모두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의 핵심적인 논리는 자신의 의도가 아닌 실수로 차량이 움직였다면 운전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김씨는 차량에 승차한 뒤 상당시간이 지난 후에 미등이 켜진 상태에서 갑자기 후진하면서 주차된 차량을 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사고 후 현장을 이탈할 생각이 없이 오히려 다른 차량이 사고를 내고 도망간 것으로 알고 스스로 보험사에 연락하고 순찰 중이던 경찰관에게 현장 CCTV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 없이 다른 목적을 위해 자동차 시동을 걸었는데 실수로 기어 등을 건드려 움직이게 된 경우에는 자동차의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피고인이 고의로 음주운전을 했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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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도 “스스로 보험사에 연락하고 순찰 중이던 경찰관에게 현장 CCTV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사고를 유발한 사람으로서는 일반적으로 취하기 어려운 행동을 했다”면서 “피고인이 의지로 자동차를 움직이게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한다”면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고, 김씨의 무죄가 확정됐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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