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국어 국사' 외국인 재판 돕는 치트러카 어먼씨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이라면 재판 출석 날짜를 파악하기도 어려워요. 하지만 이제는 그럴 일이 많지 않을 겁니다."
서울행정법원의 외국인 전담창구 담당자 치트러카 어먼(51) 씨는 29일 자신이 외국인에게 소송 일정을 알려주고 서류 작성을 돕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행정법원에서 어먼 씨가 돕는 일의 98%는 난민소송이다. 글을 쓰지 못하는 이들을 대신해서 다양한 국가 출신의 외국인들에게 소장 작성부터 지참해야 할 서류까지 조언을 해주거나 직접 준비해 준다. 그는 네팔어를 비롯해 한국어와 인도어ㆍ파키스탄어ㆍ일본어ㆍ영어까지 6개 국어를 구사한다.
행정법원 관계자는 "외국인은 국내법과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적절한 절차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전담창구를 만들게 됐다"며 "재판을 신청하는 외국인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뒤 2000년 귀화했다. 행정법원은 그가 외국인 전담창구에서 일하기 시작한 뒤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5월 어먼씨가 이 자리에 배치되기 전에는 난민 신청을 하는 외국인들이 언어장벽으로 인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법원에서 재판기일을 통지해줘도 출석조차 않는 경우가 있었다. 법원에 나올 일정조차 이해하지 못해서다. 일부는 출석시간을 알면서도 늦게 법정에 나타났다.
어먼 씨는 네팔 탁구 국가대표로 1986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10년 뒤인 1996년 결혼해 고등학생 자녀를 둔 그는 최근 고국의 대지진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가족들은 괜찮지만 너무 피해가 커 말이 안 나올 정도"라며 "친구들도 1층짜리 건물이나 공원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관련 소송 취소 사례가 많이 줄어 보람을 느낀다"며 "적어도 말을 못해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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