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시어머니 박정수, ‘다우트’로 연극 데뷔
연극 다우트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1964년 미국 뉴욕 브롱스 시에 있는 한 가톨릭 중학교. 원칙과 전통을 중시하는 원장 수녀 '엘로이셔스'와 자유와 변화를 추구하는 신부 '플린'은 격렬히 대립한다. 도날드 뮬러라는 흑인 남학생이 성찬식 때 쓰일 포도주를 훔쳐 먹은 사건 때문이다. 엘로이셔스는 플린이 이 일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의심하고 확신한다. 플린이 반박할수록 엘로이셔스의 의심은 커져만 가고 극은 절정에 이른다.
신의와 불신 사이를 다룬 연극 '다우트'가 국내 초연 8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존 페트릭 쉔리(John Patrick Shanley) 원작으로 2005년 퓰리처상, 토니상 등을 석권한 다우트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공연되는 수작이다. 극단 실험극장은 26일 오후 박정수(62·엘로이셔스 역), 서태화(48·플린 역)를 포함한 배우 및 제작진과 함께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에서 프레스콜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연출을 맡은 최용훈(52) 감독은 "다우트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같다. 요즘은 남에 대한 배려는 없고 자신이 믿는 것만으로 산다. 이 작품은 서로 섞이지 않는 세상에서 사는 우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며 극의 의미를 설명했다.
가톨릭 중학교라는 정적 배경에서 의심과 믿음의 뒤섞임을 표현하기란 만만치 않았다. 출연 배우들은 절제와 극렬함이라는 상반된 분위기를 극에 녹여내기 위해 고도의 감정 연기를 펼쳐야 했다. 극의 중심축인 엘로이셔스와 플린의 연기와 호흡이 흥행의 열쇠였다. 그만큼 캐스팅이 중요했다. 최 감독은 "박정수씨는 국민 시어머니 상이다. 차갑고 이지적이고 곁을 내줄 것 같지 않은 이미지가 엘로이셔스에 굉장히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로 데뷔한 지 40년 만에 처음 연극무대에 선 박정수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것보다 열린 공간인 연극 무대에 서는 게 더 무서웠다. 욕심은 많은데 잘 안되니까 연습 때 못 하겠다 안 하겠다고 감독님을 많이 원망했다. 오늘 한 번 해보고 나니 시간이 지나면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 같다"며 소감을 표현했다. 박정수는 오랜 연기 경험에도 연극 연습이 뜻대로 되지 않아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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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트는 2008년 메릴 스트립 등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브로드웨이 버전, 국내 연극 버전, 영화 버전이 있었기에 출연배우들은 참고할 것도 신경써야 할 것도 많았다. 서태화는 "공연 2주 전에 처음 영화를 봤다. 영화의 플린은 내가 잡은 캐릭터보다 좀 더 차분했다. 어떤 부분에서 절제해야할 지 참고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박정수는 "초연 때 엘로이셔스 역을 맡았던 김혜자 선배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내색하지는 않았다. 선배는 선배 나름의 컬러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 이름값만큼은 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극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이 도대체 뭐냐는 마지막 질문에 제작진과 배우 모두 입을 닫았다. 답을 내리지 않고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작자 존 페트릭 쉔리 역시 비슷한 맥락의 말을 남겼다. "여러분은 내 희곡을 감상한 후 불분명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무엇인가 확실하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 느낌을 경멸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불확실성을 완전하게 알아내야만 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길 배워왔습니다." 자기 주장에 빠져 사는 현대인을 냉소적으로 드러낸 연극 다우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4월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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